부산 동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핵심 시설에 들어갈 제품 공고를 두고 지역 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 주요 기업들이 보유하지 않은 기술로 입찰 제품을 제한해 다른 지역 업체에 일감을 넘겨주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고를 낸 지자체는 현장에 맞는 기술을 선택했다며 다른 지역 업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부산 부산진구청은 지난 8일 ‘동천 본류 비점오염 저감사업’ 기술 제안서 제출을 안내하는 공고를 냈다고 20일 밝혔다. 신기술과 특허를 포함한 부대시설 공법에서 탈취기 종류를 플라스마 방식으로 특정했다. 플라스마 탈취기 1대와 탈취팬 2대에 책정한 금액은 3억 7500만 원이다.
동천 본류 비점오염 저감사업은 부산시가 2021년부터 국·시비 298억 원을 투입해 진행 중인 사업이다. 사업을 마무리하면 시간당 물 1만t을 걸러내 악취로 악명이 높은 동천으로 흐를 오염 물질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업체들은 탈취기를 플라스마 형식으로 제한한 데 강력히 반발했다. 성능 인증을 받은 3곳 등 부산 업체들은 전기분해 기술을 활용하는데, 부산진구청이 특정 기술로 장벽을 세워 지역 업체들을 배제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플라스마 탈취기는 전기 주파수로 플라스마를 만들어 악취 물질을 제거하고, 활성탄 촉매로 효율을 높이는 건식 처리 기술을 활용한다. 전기분해 탈취기는 소금물을 전기 분해해 강력한 산화력을 가진 전해수를 만들어 악취 물질을 산화하고 분해하는 습식 처리 방식을 사용한다.
수질 환경 분야 등 18개 업체가 참여하는 부산시맑은물산업진흥협회는 지난 19일 부산진구청을 항의 방문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협회 황소용 대표는 “전기분해 탈취기도 플라스마 형식처럼 간헐적 운용이 가능하고,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앞으로 부전천과 해운대 등에서도 사업이 진행될 텐데, 부산 중소기업 먹거리를 다른 지역에 넘겨주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청은 심의를 거쳐 선정한 공법이라며 사업 공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염 저감 시설은 비가 내릴 때 제한적으로 운영되기에 하수처리장과 달리 운영 시간이 불규칙하고, 부산시 건설기술심의 결과에 근거한 선정 절차라고 강조한다. 부산진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비가 내린 초기에 빗물을 모아 정화하려면 플라스마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 판단했다”며 “다른 지역뿐 아니라 부산에도 플라스마 탈취기를 공급할 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