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약 23만 9000명이 난임 진단을 받았고, 난임 시술 환자는 약 14만 명으로 5년간 16% 증가했다. 난임의 원인은 남성이 전체의 35% 안팎을 차지하고, 환경적, 유전적, 질병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세화병원에서는 미국에서 찾아온 5년 차 난임 부부가 단 한 번의 시험관아기 시술로 쌍둥이를 임신하는 데 성공했다. 4년 전에는 임신한 여성의 친언니도 같은 병원에서 세쌍둥이를 얻은 인연이 있다.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은 다양한 난임의 원인에 맞는 치료법을 강조한다.
■언니는 세쌍둥이, 동생은 쌍둥이 임신
미국 워싱턴에 살고 있는 시안리안 조시(25) 씨와 메리 로즈(30) 씨 부부는 2019년 12월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해 왔다.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난임 클리닉을 수소문해 다녀 봤지만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언니의 소개로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지난달 한국 땅을 밟았다. 난임 검사 결과 진단은 난소 기능 저하. 처방과 함께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했고, 난자 채취 후 첫 시술에서 쌍둥이를 임신하는 데 성공했다. 로즈 씨는 임신 안정기까지 부산에 머물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로즈 씨의 언니 발레리 마리아고(40) 씨는 2012년 4월 김동현(50) 씨와 결혼했지만 4년째 임신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세화병원 이 병원장을 찾은 부부는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네 번째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기적처럼 세쌍둥이를 얻었다.
난소 기능 저하란 난소의 기능이 점점 저하되면서 난소 내 난포의 개수가 줄어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난소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며 난자 생성과 배란을 유도하고 임신뿐만 아니라 여성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다.
난소 기능 저하로 진단을 받으면 배란 유도제 또는 인슐린 감수성 개선제를 사용해 배란을 유도할 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여성에게서 난자를 채취해 몸 밖에서 정자와 수정시킨 후 일정 기간 배양한다. 이후 수정란 중 가장 좋은 것을 선별해 자궁 내로 이식하게 된다.
이상찬 세화병원장은 "난소 기능 저하는 35세 이전에도 유전적 요인이나 기저질환, 무리한 다이어트나 스트레스, 극심한 운동 등으로 인한 시상하부 기능 저하과 같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난소 기능 저하라고 해도 평균보다 난자의 수가 적다는 의미이지 난자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 만큼 환자의 증상에 맞는 적절한 난임 치료를 진행한다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공수정→시험관아기 시술 순 시도
1년 동안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지속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난임으로 정의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35세 이후 가임 능력 저하, 수면 부족, 무리한 다이어트, 생리불순, 자궁 또는 난소 수술 경험 등이 난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만 35세 이상인 부부가 6개월 내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상담 후 난임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장한다.
보조생식술은 크게 인공수정술과 시험관아기 시술로 나뉜다. 먼저 인공수정술은 배란 시점에 맞춰 응축시킨 정액을 자궁 내로 직접 투입하는 시술이다. 인공수정술을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거나 심한 난임 요인이 있다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체외에서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수정시킨 수정란을 3~5일간 배양한 후 자궁 내막에 이식한다. 여성은 난관폐쇄, 자궁내막증, 배란 장애, 35세 이상, 난소 기능 부전, 유전적 문제가 있거나 인공수정에 여러 번 실패한 경우, 남성은 무정자증 같은 난임 질환이 있는 경우 가능하다. 여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자연 주기 방식, 미성숙 난자 방식, 저자극 시험관아기 시술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 과정에서 배아를 여러 개 얻었다면 이식 후 남은 배아를 냉동 보존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 자궁내막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먼저 배아를 냉동 보관하고, 자궁내막을 최상의 상태로 만든 후 이식을 시도하면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동결보존기술이 발달해 얼리지 않은 배아와 얼려 놓은 배아가 임신 결과에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항암 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난소 수술로 난소 기능 저하가 예상되는 경우, 아직 결혼이나 임신 계획이 없는 경우 가임력 보존을 위해 이용할 수 있다.
이상찬 세화병원장은 "임신이 잘 되지 않더라도 너무 낙담하거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으로 난임의 원인을 찾고, 이에 따른 치료와 난임 시술 방법을 찾는다면 이른 시일 내에 새 생명이 찾아오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