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 시대는 1976년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최초의 독자개발 국산 차 모델 포니와 함께 찾아왔다. 당시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두 대 중 하나가 포니였을 정도로 대단했다. 소설집 <마이카시대>에는 포니, 삼륜차, 마티즈, 프라이드, 아반떼, 스쿠프, 그랜저, 제네시스 G80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자동차가 등장해 함께 성장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그려낸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그랜저는 그냥 차가 아니었다. 연비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멋지게 각진 외관은 ‘각그랜저=성공’을 상징했다. ‘나 이런 사람이야’에는 노인 일자리 수당 36만 원이 입금되는 날이면 편의점에 들러 새우깡에 막걸리 2통을 마시며 왕년에 자신이 사업할 때 각그랜저를 탔다고 자랑하는 노인이 등장한다.
책에는 자동차와 관련한 추억이 물씬 배어 있다. 양동이에 물을 받아 물걸레질과 마른걸레질을 끝내고 왁스로 광내기는 기본이었다. 순하디순한 사람이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해 쉴 새 없이 욕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면 부부싸움 하기 십상이라지만, 안 그러면 누구에게 배우나? 초보 때는 차선 변경을 못 해, 저 멀리까지 가버리기도 한다. 마이카와 얽힌 가슴 아프면서도 유쾌한 해프닝들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그중 압권은 음주단속 하는 모습을 보고 운전석에서 내려 “차를 밀고 가는 중”이라고 변명하는 장면이다.
누가 썼는지 궁금한데 ‘스토리공장’에서 나온 단체 창작물이라고 한다. 신춘문예 등으로 등단하고 소설책을 여러 권 출판하여 이름을 알린 작가들과 이제 막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다양한 작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단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우리와 함께 성장해 왔다. 지나고 나니 모든 게 추억이 된다. 스토리공장 지음/펜타클/224쪽/1만 55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