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매출액 기준으로 전국 1000대 기업 가운데 부산 업체는 31개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르노코리아가 2020년 전국 100대 기업에서 밀려난 이후 지금까지 전국 100대 기업에 속한 부산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7일 신용평가사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의 기업정보를 토대로 한 ‘2023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산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에 부산 업체는 2022년(28곳)보다 3곳 늘어난 31곳으로 집계됐다.
부산 1위는 전국 111위를 기록한 BNK부산은행이 차지했다. BNK부산은행은 2022년(149위)보다 38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반면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르노코리아는 전년보다 44계단 내려간 156위를 기록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주력 차종의 내수 감소와 수출 둔화로 인한 매출 감소가 주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IM증권(204위)이 전년도(5위)에서 3위에 오른 데 이어 HJ중공업(240위), 창신INC(284위), 성우하이텍(304위), 서원유통(360위), 부산도시가스(408위), BNK캐피탈(424위), HD현대마린솔루션(439위) 등이 뒤를 이었다.
엔데믹 이후 빠르게 수요를 회복하고 있는 에어부산을 비롯해 친환경 선박 부품 수주 증가로 매출이 증가한 동성화인텍, 관급공사 수주를 늘린 극동건설, 자동차용 콘솔 등 플라스틱 부품 매출이 증가한 카이엠이 1000대 기업에 새롭게 진입했다.
특히 2022년 1202위에서 지난해 571위를 기록한 에어부산의 경우 국제여객운송 매출 증가율 485.9%을 달성하면서 부산지역 매출 증가율 1위, 순위 상승 1위를 기록해 3년 만에 1000대 기업에 재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으로 에어부산이 진에어에 합병될 우려가 커지면서 부산은 전국 1000대 기업에 재진입한 핵심 기업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1000대 기업에 든 부산 기업 전국순위의 경우 동원개발(832위→682위)을 비롯해 SNT모티브(520위→450위), HJ중공업(305위→240위)은 순위가 수직 상승한 반면 에스엠상선은 2022년 240위에서 지난해 577위로 크게 하락했다. 한편 동성케미컬은 1000대 기업 밖으로 밀려났다.
부산상의는 보고서를 통해 부산 기업의 위상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2020년 르노코리아가 전국 순위 100위권에서 밀려난 이후 100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00대 기업의 88%를 차지하는 수도권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1000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31개사 중 과반이 넘는 19개사가 전국 순위 500위 밖이었으며, 2022년보다 2023년 1000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기업이 3곳 늘어났지만 2023년 지역 전체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은 “사업재편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하려는 지역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가 절실하다”며 “지자체가 적극 나서 부산 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정책 지원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전국 1000대 기업에 서울 기업이 절반 이상(530곳)을 차지했으며, 경기(177곳), 인천·경남(각각 37곳), 충남(36곳), 경북(33곳) 등이 뒤를 이었다. 울산은 25곳이 포함됐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