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산에선 전세계 환경과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바로 그 현장이다. 지난 25일 개막했고 12월 1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 회의에선 플라스틱 생산량을 대폭 줄여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협약을 도출하려고 한다. 지난 파리 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 협약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회의에 참여한 기관들과 업체들은 실천 사례와 과제들을 공유하고 전 지구가 함께 해야 할 목표와 행동을 발표하고 있다. 예술계 역시 전 인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에 함께 뛰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부산시립미술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영화의전당이 공동으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미디어 아트 영상을 준비했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빅루프, 스몰루프, 비프힐 미디어파사드벽까지 4개 장소가 미디어 아트 작품의 거대한 배경(스크린)이 된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한윤정 작가와 공학자인 김성륜 교수(연세대)가 함께 제작했으며 ‘플라스틱 풍경-이면의 세계’이라는 3차원 애니메이션이다. 숲, 바위산, 남극 대륙, 바다를 배경으로 인공 플라스틱 사물들로 가득 찬 초현실적 풍경이 펼쳐진다. 상상 속 풍경이 바스라지며 사라져가는 재앙은 역설적이게도 꽃잎이 흩날리듯, 눈이 내리듯, 몽환적인 이미지가 되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가 바로 유토피아임을 자각하게 한다. 이렇게 감상자로 하여금 이면의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미래 세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하도록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
한 작가는 지난 몇 년간 기후변화 데이터 예술활동을 이어왔으며, 생태환경에 대해 발언하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특히 도심 속 실제 건물을 배경으로 대규모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SNS에서는 미디어 영상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과 짧은 영상이 공개되며 요즘 뜨는 핫플로 소문이 나고 있다.
이번 스크리닝을 주도적으로 준비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미디어아트 상영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실천의 새로운 방향성을 실험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미디어아트 상영은 12월 3일까지 영화의전당 4곳의 야외공간에서 야간시간(오후 5~10시)에 진행된다. 낮 시간에는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에서 ‘폐플라스틱의 순환을 촉구하는 시민참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