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복도로 곳곳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이동 수단이 내년까지 총 22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지대 주민들 이동권을 보장할 뿐 아니라 주요 관광지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빈집을 활용하는 정책 등을 펼칠 수 있어 산복도로의 고질적 문제들을 줄여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동구청은 내년 12월까지 총 102억 원을 들여 경사형 엘리베이터 4개를 늘리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주요 관광지인 범일동 이중섭계단과 초량동 초량48계단에 각각 70m와 17m 길이, 주거지와 공원인 좌천동 좌천아파트와 수정동 수정산가족체육공원에 각각 21m와 24m 길이로 설치할 예정이다.
초량168계단에 고장이 잦았던 모노레일을 대체할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다음 달 준공한 후 내년부터 운행한다. 좌천아파트에 이미 설치된 2개를 더하면 동구에는 내년까지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7개로 확대되는 셈이다.
부산진구와 영도구 산복도로에도 새로운 이동 시설이 설치됐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에 길이 52m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올해 9월부터 가동을 시작했고, 영도구 신선동 신선마을 도시재생 사업 지역에는 수직형 엘리베이터 공사가 내년 1월 시작될 계획이다.
서구는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산복도로 일대에 수직형 엘리베이터 5개, 경사형 엘리베이터 1개, 모노레일 1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중구는 수직형 엘리베이터 3개, 경사형 엘리베이터 2개, 모노레일 1개를 운영 중이다.
산복도로 이동 수단은 고지대 주민들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홍 동구청장은 “산복도로에 사는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시장을 가거나 지하철을 타기가 어려웠는데 그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좌천동 쪽은 지하철에서 고지대까지 연결할 수 있게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호천마을·이중섭 전망대와 초량168계단 등 주요 관광지에 접근성을 높일 계기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페나 야외 영화관 등으로 각각 콘텐츠를 강화하는 곳이라 방문객 유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며 경관 조명도 설치해 야간에 호천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더 많은 볼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주민 보행 환경 개선뿐 아니라 관광객이 더 많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 수단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유동 인구가 많아지면, 산복도로 일대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줄여나갈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빈집을 숙박 시설이나 작업실 등으로 활용하는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지대 이동 수단 효과는 국내외에서 증명된 상태다. 에스컬레이터로 고지대와 저지대를 연결한 콜롬비아 도시 메데진은 해외 관광객이 늘고 주민 생활 격차도 줄였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 108계단에 설치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노약자를 포함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1200~1500명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