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도심 속 철새도래지인 울산 태화강 하구가 멸종위기 겨울 철새들의 이동 중 휴식처로서 자연·생태적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28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울산시 새통신원 김정순 씨가 태화강 명촌교 아래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큰고니 2마리를 관찰했다고 알려왔다. 당시 큰고니는 상류 방향으로 이동한 후 오후에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큰고니는 해마다 태화강을 찾는 겨울철새로, 지난해에는 12월부터 2월까지 태화강 인근에서 풀뿌리를 먹으며 겨울을 보냈다.
이달 18일에는 태화강 하구 모래톱에서 국제보호조로 지정된 검은머리갈매기 1마리가 발견됐다. 울산의 철새동호회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가 괭이갈매기와 붉은부리갈매기 사이에서 휴식 중인 검은머리갈매기를 확인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몸집이 작고 부리가 짧으며 검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약 2만 2000마리가 생존 중이며 국내에는 1500~3000마리가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취약종(VU)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달 31일에도 태화강 하구 명촌교 인근에서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 4마리가 부리를 좌우로 저으며 먹이활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들은 어린 개체로 식별됐으며 오전 내 머물다가 정오 무렵 북쪽으로 날아갔다.
서울대학교 산림환경학과 최창용 교수는 “태화강 하구는 모래와 갈대가 풍부해 일본이나 국내 월동지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휴식지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매년 오는 큰고니의 경우 먹이가 풍부하면 더 많은 개체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심 속 철새도래지는 태화강이 지닌 생태 복원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울산의 정체성과도 연결돼 있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도시로 지정된 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심각한 오염에 시달렸다. 공단 폐수 등이 하천에 뒤섞이면서 태화강도 ‘죽음의 강’ ‘썩은 강’이라는 오명을 썼다. 울산 시민과 기업, 지자체가 수십 년간 함께 노력해 태화강을 ‘생명의 강’으로 복원했다. 총연장 47.5km인 태화강은 이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 Ⅱ급인 삵 등 모두 453종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강으로 거듭났다.
특히 태화강은 2021년 5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로 등재됐다. 울산이 조류의 이동경로 상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시에 따르면 울산을 찾는 겨울 철새는 2017년 64종, 11만 485마리에서 지난해 97종, 14만 2165마리로 늘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