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사망’ 아파트 화재…경보기 끈 관리소 직원, 2심서 징역 2년

입력 : 2024-11-30 23:35:54 수정 : 2024-12-01 16: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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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징역 1년 6개월보다 더 높은 형량 선고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서도 ‘공동 책임’ 강조

2022년 6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2022년 6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일가족 3명이 숨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아파트 화재(부산일보 2022년 6월 28일 자 8면 등 보도) 당시 관리사무소 당직 근무자가 항소했다가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상급자 등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서도 각 단계에서의 과실이 결합해 사고가 발생한 점에서 ‘공동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성금석)는 지난 29일 업무상과실치사, 소방시설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당직 근무자 A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소방시설법 위반죄의 경우 법정 상한을 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은 벌금 100만 원으로 감경됐다.

A 씨는 항소심에서도 화재 사망 사고와 관련한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며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로부터 발생한 다른 간접적 원인이 결합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한 경우 그 행위와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며 “다수의 감독 업무 담당자들이 각 단계에서의 과실만으로 사고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각 과실이 합쳐지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어 각 단계에 관여한 자는 사고에 대한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서 “화재가 발생해 관리사무소의 화재수신기에 화재 발생 신호가 전달됐지만 즉각 현장으로 출동하거나 화재경보기를 작동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직원으로 하여금 ‘화재복구’ 버튼을 눌러 초기화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아파트의 방재주임으로서 소방시설의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관리해 화재 발생에 대비하는 업무상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화재경보기의 작동이 차단되지 않았더라면 취침 중이던 피해자들이 경보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거나 화재를 확인하려는 태도를 취했을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한 피해자는 구조될 당시 세대 현관문을 열고 나와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 쓰러져 있었고 구급대원에게 다른 피해자의 존재를 알리는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며 “화재경보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더 빠른 시기에 화재 발생 사실을 인식해 다른 피해자들의 대피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함께 기소된 관리사무소장, 시설팀장, 방재 관리자 등 A 씨의 상급자들은 1심과 같이 금고 8개월~1년이 유지됐다. 이들이 소속된 관리사무소 관리업체도 원심과 같은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형사 공탁에 대해서도 정상 참작을 하지 않았다. 피고인 5명은 지난 11일 법원에 500만 원~4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습적으로 형사 공탁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피고인들은 아무런 사과의 말이 없었고, 재판 과정에서도 범행을 ‘정신이 없어 깜박한 일’로 표현하며 반성 대신 유족을 분노하게 했다”며 엄벌탄원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A 씨의 법정 태도, 업무상 과실의 정태, 중대한 인명피해에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피해자 유족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낮다는 검찰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2022년 6월 27일 새벽 4시 13분 재송동의 한 아파트 화재 경보기를 꺼놓아 일가족 3명을 사망하게 만든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를 포함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상습적으로 화재경보기를 꺼놨다. 이들은 화재경보기가 자주 울려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202회에 걸쳐 화재경보기 작동을 멈췄다.

지난 2월 1심을 맡은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3단독 김주영 판사는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에 해당한다고 보여 향후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특히 일부 피고인들은 유족의 용서를 받지도 못했고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반성 없는 태도로 유족이 받을 정신적 충격이 증폭되었고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022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소방시설을 임의로 정지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의무화하는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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