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국에 ‘오징어게임2’를 공개하게 돼 마음이 무겁습니다. 탄핵이든, 하야든 최대한 빨리 책임지고 국민에게 연말을 돌려주길 바랍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를 만든 황동혁 감독이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황 감독은 9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현실과 작품 속 이야기에 맞닿은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배우 이정재와 이병헌, 박성훈, 강하늘, 이진욱, 임시완 등이 함께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개 이후 역대 넷플릭스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웠고, 전 세계에 달고나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등 한국의 골목길 놀이를 전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즌2는 전 시즌 게임 우승자였던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공개일은 오는 26일이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2’가 전작과 가장 다른 점으로 매 게임 이후 진행되는 게임 진행 찬반 투표를 꼽았다. 전작에서 찬반 투표는 게임 중 딱 한 차례만 진행됐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뿐 아니라 미국 대선도 얼마 전에 끝났다”며 “이 투표를 현실 세계와 연결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서로 적대시하고 갈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현실 세계와 ‘오징어게임2’ 속 세계가 무척 닮았다고 느낄 것이다”면서 “우리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는 임시완, 강하늘, 조유리 등 새 얼굴이 여럿 합류한다. 황 감독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 “시즌1에서도 마이너한 계층이 있었는데, 시즌2에서도 그러고 싶었다”며 “성소수자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보니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코인, 주식 등 열풍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더라”면서 “그래서 젊은 참가자를 많이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황 감독은 지난 3일 밤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감독은 “여기 있는 분들이 다 그랬듯이 계엄 발표를 보고 믿을 수 없었고, 잠을 자지 않고 그 상황을 지켜봤다”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잠을 자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야 하고, 공포심과 우울감을 가지고 연말을 보내는 게 국민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이든 하야 등 최대한 빨리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져서 행복하고 축복있는 연말을 국민에게 되돌려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시즌에서 456번 참가자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는 다시 한번 시리즈에 함께했다. 이정재는 “이전과 달라진 기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 봐야 이정재가 연기한 기훈이지만, 목표가 뚜렷해진 뒤 그 게임장 안에 다시 들어간 상황에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즌2의) 모든 부분이 부담이었다”면서 “시즌2와 3을 한꺼번에 찍으면서 감독님이 최대한 하고자 하는 방향을 따라가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