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는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두피의 열을 올려 탈모에 좋지 않다는 통념이 있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 연구를 분석해 음주와 탈모 사이 연관성은 크지 않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부산대 김기훈·김윤학 교수 공동연구팀과 김원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유효성최적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및 연세대 원주의대 겸임교수는 알코올 소비와 안드로겐성 탈모증 간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알코올 및 알코올중독’에 발표했다.
안드로겐성 탈모증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모발의 성장을 억제해 모발이 서서히 얇아지고 빠지는 질환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가장 흔한 탈모 형태로, 개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안드로겐성 탈모증은 주로 유전적 또는 호르몬 요인에 따라 발생하지만 흡연, 식단, 스트레스와 같은 생활 방식 요인도 잠재적인 요인으로 꼽혀 왔다. 알코올 또한 알코올 대사의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두피의 면역 환경을 방해해 탈모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와 안드로겐성 탈모증의 연관성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올해 3월까지 발표된 수천 편의 연구를 코호트(동일 집단) 방식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주당 소주 3잔 수준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음주자와 비음주자 사이에서 안드로겐성 탈모 발병 정도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안드로겐성 탈모가 있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과 비교해 음주 가능성이 1.4배 높았지만, 이 또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탈모와 음주 사이에 일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더 강력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음주가 안드로겐성 탈모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명확한 기준에 따라 신중하게 계획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김윤학 교수는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은 비음주자에 비해 안드로겐성 탈모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약간 더 높지만 이러한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공중 보건 지침과 환자 상담, 관련 캠페인에 정보를 제공해 개인이 모발 건강을 위한 생활 방식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 연구가 모발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개선되고 개인화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길을 열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