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유탄 맞은 ‘K방산’

입력 : 2024-12-09 18: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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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K2 추가 계약 불투명
키르기스 정상, 방문 일정 취소

카타르군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29일 우리 군 K2 전차를 살펴보는 모습. 육군 제공 카타르군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29일 우리 군 K2 전차를 살펴보는 모습. 육군 제공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9조 원대의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 추가 수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외교와 통상 등 정부 기능 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 간 거래인 방위산업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방산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초 타결이 임박했던 폴란드 정부의 K2 전차 추가 구입 계약의 연내 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최근 폴란드 측 언급을 보면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태도로, 연말까지 계약 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폴란드도 지금 한국의 비상사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 일환으로 현대로템과 K2 전차 820대 추가 구매 협상을 막판 단계에서 진행 중이었다. 180대 구매를 약속한 1차 계약의 4배가 넘는 대규모 물량이다. 폴란드는 2차 계약 목표 820대 중 180대를 우선 직구입과 현지 생산 방식을 병행해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계약 금액은 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계엄 사태로 국내 방산업계에서 ‘잭팟’으로 부를 정도로 환영한 초대형 무기 수출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K2 전차의 수출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방산 업계에서는 국정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방산 시장에서 한국이 고아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 중이다.

당장 이번 계엄 사태의 여파로 최근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한국형 기동헬기 생산 현장을 둘러보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일도 있었다. 한국 방산에 관심을 보였던 스웨덴 총리의 5~7일 방문 일정도 취소됐다.

한 ‘빅4’ 방산 업체 관계자는 “방산은 역시 기업과 정부 간 협상 또는 정부 간 협상을 해야 하는데 권력 공백기에 들어서면 우리가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상대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자칫 부모 잃은 자식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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