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총리 탄핵’을 검토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그러나 ‘계엄 책임론’을 적용할 경우 다수 국무위원도 ‘연쇄 탄핵’될 수 있어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에게 내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법 중 우선 내란죄 관련한 고발 조치를 바로 진행하겠다”며 내란죄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특히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 총리 탄핵 추진 여부에 대해 “실무적으로 탄핵안을 만들고 있다”며 “탄핵안 제출 여부는 실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당이 추진 중인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도 한 총리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검법안과 관련 “한 총리는 내란 공범도 아니고 주범 격”이라면서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행위 방해 등 내란행위 전반이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하야할 경우 차기 대선까지 대통령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그러나 한 총리까지 탄핵되거나 내란 혐의로 구속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된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정부조직법 26조는 행정각부의 순서에 대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순으로 규정한다.
계엄 책임론이나 내란 혐의로 국무위원이 탄핵되거나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지난 3일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다수가 그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계엄 국무회의에는 한 총리와 최 부총리를 비롯해 국방·행정안전·외교·통일·보건복지·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무위원들은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참석 여부 확인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는 계엄 책임론으로 국무위원을 탄핵할 경우 “줄탄핵으로 국정 마비”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9일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한 총리 탄핵설’과 관련 “한 총리를 탄핵하면 직무 정지가 되고 다음 서열은 경제부총리”라면서 “그러면 최 부총리를 또 탄핵할 것 아니냐. 그러면 교육부총리가 또 맡게 돼 있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줄탄핵으로 가면 그야말로 국정 혼란, 국정 마비”라면서 “사실상 국가 마비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일부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과 별개로 현직 국무위원들은 이미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일괄 사의 표명을 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국무위원 가운데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사의만 ‘선택적’으로 수용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어느 국무위원의 사의를 추가로 수용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국무위원에 대한 계엄 수사가 불가피한 사실을 감안해 ‘책임총리’와 ‘거국내각’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야 합의를 통해 책임총리를 선출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 중진인 김태호 의원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우리가 개헌이다 거국내각이다 해 가지고 그걸 받을 사람이 있겠느냐”면서 거국내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