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이 현대화 사업을 위한 철거 작업에 본격 착수했지만, 고등어 성어기와 일정이 겹치며 위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시장은 전국 고등어 80%를 처리하는 만큼 일단 유류 탱크와 일부 시설만 철거해 업무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게 계획이다.
어시장은 지난 9일 오전 10시부터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별관 뒤편 유류 탱크부터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1단계 철거는 지난 10월 30일부터 착공한 상태지만 공사 안내, 배관 제거, 안전 가림막 설치 등 사전 작업이 먼저 진행됐다. 어시장 관계자는 “담벼락과 유류 탱크 등 어시장 시설을 제대로 부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류 탱크 철거는 어시장 현대화가 추진된 지 12년 만에 진행된 가시적인 공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만일 올해도 착공하지 못했다면 기획재정부의 사업 재검토 지시로 사업 자체가 무산될 판이었다. 1단계 철거 대상은 유류 탱크를 포함해 돌제(바다로 돌출된 둑 구조물) 1기 위판장(8346㎡), 본 위판장(2522㎡), 본관 일부(2066㎡), 신관(3398㎡) 등이다. 기간은 내년 2월 26일까지다.
문제는 공사 기간이 고등어 성수기와 정확히 겹친다는 점이다. 어시장은 전국 고등어의 80%를 위판한다. 고등어 성수기는 10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다. 특히 1~2월은 위판량이 정점에 달한다. 유류 탱크는 이미 사용하지 않는 시설로 업무와 무관하다. 하지만 돌제와 위판장이 철거되면 위판 공간이 줄어들어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어시장은 안쪽 위판장과 돌제 2기가 디귿(ㄷ) 자 모양으로 배치된 구조다. 고등어가 적게 잡히는 시기에는 위판장 일부와 한쪽 돌제만 사용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성수기 때는 안쪽 위판장과 돌제 2기를 모두 사용한다.
이 때문에 선사와 중도매인은 철거 공사가 위판 공간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한 수산업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하루에만 5~6만 상자(한 상자당 약 20kg)의 고등어를 위판해야 해서 어시장 내 돌제와 위판 시설을 거의 전부 사용한다“면서 “고등어 상자를 2~3단으로 쌓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직원들 임금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민감하다. 유류 탱크 철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후 위판장은 어떤 조치를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고등어 위판량이 최고조에 달하는 극성수기에는 공사 속도를 조절하며 위판 업무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원래 본공사가 내년 3월 시작 예정이라 철거 기한을 내년 2월 26일로 정했지만, 첫 공고 유찰로 본공사 착공이 지연되면서 철거 기한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며 “철거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극성수기인 1~2월에는 공사 속도를 조절하고, 필요시 작업을 중단해 위판 업무에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시 건설본부는 지난 10월 25일 어시장 현대화 사업 본공사를 조달청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했으나, 참여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시는 이달 중 공사 기간(39개월) 등을 조정해 재공고할 계획이다. 시공업체가 선정되면 내년 4월 말 본공사 착수,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