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에 ‘윤석열 리스크’까지 겹쳐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환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기업들이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지역 상공계 역시 수출·가공 위주의 제조업체가 주를 이루는 특성상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형성된 강달러 기조가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더욱 강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으며, 계엄령 발표 직후엔 야간 거래 기준 1446.5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지 일주일째를 맞은 이날 오전 1430.9원으로 장이 열리는 등 환율은 여전히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 등으로 인해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5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출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호재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재 수입과 투자 비용 상승으로 인한 부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우려가 더 크다. 실제로 원료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화학, 철강 등이 직격탄을 맞았으며,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는 내년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등은 신규 투자 관련 내년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상공계에도 큰 여파가 미친다. 지역 상공계는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하자는 분위기지만, 수출 위주의 중견·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대기업 정책에 발맞추는 1차 협력사들이 주를 이루는 지역 상공계 특성상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 현지 투자를 늘린 지역 기업 상당수는 고환율로 인한 투자 비용·외화 부채 증가 우려가 크다.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제품을 생산, 납품하는 지역 기업들 역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공급이 일시적으로 늘 수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되레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형편이다.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사업 다각화를 위한 설비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상공인은 “지역 기업 상당수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를 방어하기 급급하다”며 “고금리, 고환율에 고통 받은 기업들이 정치 리스크까지 껴안으면서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통치력을 상실한 대통령의 거취 논란을 최대한 빨리 매듭짓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관세 전쟁 대비 등 위기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첫 신호가 될 것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여야 합의 처리’가 중요 방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 사태에 대한 비싼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을 갖고 분할해서 치르게 될 것”이라는 미국 포브스지의 비판이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인 만큼 대외신인도 붕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한편 부산상공회의소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업종별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을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상의는 “회원사 상당수가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면서 정부 정책의 향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면서도 “정부 정책과 부산시 대응에 발맞출 수 있도록 상공계 차원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