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비상계엄 선포 사태 과정의 위법성 조사를 위한 특검법과 네 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 같은 야당의 압박에 국민의힘은 여당 차원의 ‘내란 특검법’ 추진을 통해 맞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한 특검법’(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이 의결됐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의사일정 진행이 일방적이라고 반발하며 소위 도중 퇴장했다.
민주당 소속 법안소위 위원들이 처리한 내란 특검법은 특검이 이번 계엄 사태와 관련한 일체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다. 특검 추천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를 배제했다. 대신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협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3명 중 한 명을 임명하게 했다.
또한 함께 소위 문턱을 넘은 네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15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가 1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게 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앞서 세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다시 돌아와 재의 투표에서 부결, 폐기 수순을 밟았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12일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을 14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함께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강하게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에서는 여당 차원의 내란 특검법을 발의하는 방안이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당 주도의 내란 특검법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의총 중에는 한 대표 외에도 여러 의원이 자체적인 특검 추진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특검 제안에 대해 “내란, 계엄과 관련된 어떤 수사든지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우리가) 이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처리됐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으로 명명된 이번 상설특검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87명 중 찬성 210명, 반대 63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여당도 당론 없이 자율 투표로 표결에 참여했다. 그 결과 친한(친한동훈)계 또는 중립 성향 의원 23명이 찬성했고, 14명은 기권했다. 반대 63명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상설특검안은 우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계엄 통제 권한을 무력화하는 등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계엄사령관을 추천하는 등 윤 대통령의 내란 모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상설특검은 별도 특검법 제정이 필요 없는 만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상설특검을 임명할지는 미지수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