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찰은 연일 집회 관리에 차출되고, 중앙 정부는 민생 안정 책임을 전국 지자체에 떠넘기는 등 연말 공권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전국 광역지자체들은 지역 민생 안정을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았다. 이 공문에는 기초지자체가 상위 기관인 광역지자체에 경제, 복지, 재난안전 등 3대 분야에 대한 일일보고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일선 공무원들은 각 분야 보고 내용을 취합하려면 상당한 행정력이 동원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또 중앙 정부가 민생 안정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한 지자체의 주무관은 “잘못은 상위 기관의 몇 사람이 했는데, 계엄령 여파를 해결하는 것은 왜 공무원 몫인지 알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각 지자체들도 자체 축제나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오는 14일 열리는 해운대빛축제의 점등식 행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내년 2월 2일까지 진행하는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10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부산 경찰 기동대 9개 전 중대는 지난 주말 서울에서 열리는 정권 퇴진 촉구 집회에 모두 파견됐다. 경찰청의 전국 기동대 동원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일이다. 문제는 전국 각지 집회 규모가 더 커진다는 데 있다. 부산의 경우 서울 상경 시간이 더 길어 피로감이 더하다. 실제 부산 기동 대원들은 지난 6일 오전 2시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집회 관리를 마친 후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에 도착한 시각은 지난 7일 오전 5시였다. 장장 27시간에 달하는 강행군이었다.
이런 경찰 운영은 지역 내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청은 부산 내 집회 관리를 위해 기동대 대신 ‘비상설부대’를 투입하는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산경찰직장협의회 정학섭 대표회장은 “계엄 사태를 계기로 경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집회 현장에서 비난을 받는 상황에 대한 경찰 내부 불만도 크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치안과 집회 관리 업무는 비상설부대 동원으로 문제 없이 진행하고 있고, 각 경찰들의 근무 일정을 조정하면서 휴무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