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란 수괴죄’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 이 죄는 내란 행위를 주도하거나, 이를 계획·조직해 실행하도록 지휘한 경우 성립한다. 내란죄를 범한 집단의 수괴, 즉 지도자로서 역할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란 수괴죄가 인정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이 꼽힌다. 1997년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 등 신군부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데 대해 반란과 내란 수괴죄를 적용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대법은 당시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지를 판단해 이를 범죄행위로 판명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도 내란 수괴죄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로 구성된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가 지난 16일 윤 대통령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적시돼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18일 비상계엄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하기 전까지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보고 수사했었다. 수괴 대신 우두머리를 법률 용어로 쓴 것은 2020년 12월 형법 개정을 통해 어려운 한자어가 알기 쉬운 우리말로 많이 바뀌어서다. 수괴(首魁)는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를 일컫는다.
우두머리는 국어사전에 ‘어떤 일이나 단체에서 으뜸인 사람’으로 풀이돼 있다. 한데, 이는 권력이나 성공을 좇아 치열한 경쟁의 삶을 사는 인간 입장에 맞춘 설명이다. 우두머리는 무리 지어 생활하는 동물에게도 존재한다.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만 봐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집단을 이룬 각종 동물 세계에서 가장 힘센 짐승이 우두머리가 되고 서열이 정해지며, 때때로 우두머리에게 도전하는 강력 개체가 나타나 격렬한 싸움을 벌인다.
문제는 우두머리로 올라선 이후다. 아프리카 물소 떼는 건기에 물을 찾아 오랜 기간에 걸쳐 수백km 거리를 이동한다. 이때 우두머리 물소는 수백만 마리가 안전하고 빠르게 미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앞장서 방향을 잡는 데 최선을 다한다. 침팬지 우두머리 수컷의 경우 권력 유지와 추종 세력 결속을 위해 포악한 행동으로 위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선수범하고 소통하면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 대중을 억압하고 군림하며 강요를 일삼는 리더 등 인간 지도자들 유형과 비슷하다. 사람 사는 세상의 우두머리는 존경이나 칭송을 받아야지 수괴 같은 소리를 들어선 안 될 일이다. 나쁜 우두머리를 둔 다수는 불행하기 쉽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