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사립고 교사가 일부 학생들과 ‘방과 후 특강’에서 풀었던 고난도 수학 문제를 기말고사에 숫자만 바꿔 출제해 재시험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교사는 재시험에 새로 출제한 문제 유형마저 특정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해당 교사를 해임했고, 내년 2월 전례가 드문 ‘재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26일 부산진구 A 고교에 따르면 이달 11일 치른 1학년 수학 기말고사에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지난 23일 재시험이 치러졌다. 학생들은 풀이 과정까지 적어야 하는 새로운 고난도 문제 하나를 10분이 주어진 재시험에서 풀어야 했다.
학교 측은 수학 교사 B 씨가 ‘방과 후 특강’ 상급반에서 학생 15명 정도와 풀었던 ‘킬러 문항’을 거의 비슷하게 출제한 사실이 확인되자 지난 16일 재시험을 공지했다. 일부 학생에게 가르쳐 준 고난도 문제를 숫자만 바꿔 출제한 게 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시험이 결정된 후 B 씨는 새롭게 출제하는 문제 유형까지 일부 학생에게 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시험에서 해당 문제를 맞힌 학생 등을 모아 재시험을 언급하며 특정 교재 속 고난도 문제를 지목했고, 해당 문항도 숫자만 바꿔 출제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재시험이 진행된 지난 23일 일부 학생이 ‘새로운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주변에 알렸고, 공론화가 시작되자 학교 측은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A 고교 한 학생은 “숫자 하나로 학생들 인생이 결정될 수 있다”며 “입시로 이어지는 성적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B 교사를 26일 해임하고, 내년 2월 3일 ‘재재시험’을 치겠다고 밝혔다. A 고교 교장은 “다른 교사와 함께 다시 문제를 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B 교사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재시험을 치는 게 미안해 문제를 가르쳐줬다고 했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B 교사가 해임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특별한 관계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