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당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수 이승환 콘서트가 시의 반대로 무산되자 오는 29일 같은 공연이 잡힌 경남 김해시에도 그 여파가 미치는 모습이다. 공연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김해시 입장에 시 누리집에는 찬반을 주장하는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온다.
25일 김해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헤븐’이 오는 29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지난 6월 계약된 대관 공연으로 1200여 석 전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같은 공연을 앞서 지난 23일 구미시가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김해 공연도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당시 김장호 구미시장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며 “이승환이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선동’ 언급은 이승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승환은 지난 24일 SNS 개인 계정에 법무법인 입장 전문을 인용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입장 전문에는 일방적인 대관 계약 취소에 대한 책임을 김 시장에게 묻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다는 것과 개인을 상대로 하는 소송인 만큼 세금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김해시 누리집으로 몰려들었다. 25일 오전 11시 기준 시 누리집에는 김해 공연에 대한 찬반 주장이 70건 넘게 올라왔다.
‘김해는 구미와 다르길 바란다’ ‘공연을 계약대로 진행하라’ ‘공연이 그저 보고 싶을 뿐’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라’ ‘시장님을 믿는다’는 누리꾼들의 주장과 ‘정치 가수 탄핵 선동 막아달라’ ‘콘서트 취소하라’ ‘공연에서 정치 발언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아라’ 등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김해문화관광재단은 계약상 하자가 없으므로 공연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해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이번 이승환 콘서트는 김해문화의전당 관리·운영 규정·공연장 대관 내규에 따라 신청, 심의, 승인된 건”이라며 “구매한 고객 입장과 원활한 공연 진행을 고려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시의 이번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는 음악인들의 강력한 반발도 불러왔다. 가수, 연주자, 프로듀서, 평론가 등 2600여 명으로 구성된 음악인 선언 준비모임은 24일 “안전을 이유로 해당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