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아동문학 당선 소감] 어린 나에게 하나씩 질문을 던져야

입력 : 2024-12-31 17:26:39 수정 : 2024-12-31 21: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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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아

황세아 황세아

동시에 관해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모르는 것들이 마구 떠올라서 아무나 붙잡고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알건 모르건 일단 써 봐,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겠니?’ 하고 누군가가 제게 한 말을 발판 삼아 그래도 꾸역꾸역 여기까지 왔네요. 이런저런 책들을 읽고, 그 책을 쓰신 작가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조금은 ‘모르는 것들’이 해소가 되기도 했지만, 이 ‘모르는 것들’은 허기처럼 혹은 갈증처럼 어느새 제 곁으로 다시 와서 저를 못살게 굴곤 합니다. 그때마다 서둘러 그동안 읽었던 시집, 해설집, 지인과 작가의 말씀 모음집으로 ‘모르는 것들’의 입을 벌려 양껏 떠먹여 준 뒤 간신히 그 순간은 모면했지만 다음번에 찾아올 이 ‘모르는 것들’의 허기와 갈증은 또 어떻게 해결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얼핏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어르고 달래고 때론 눈치도 보면서 슬금슬금 써 내려간 것들이 동시가 되기 시작한 시기는 ‘모르는 것들’이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자라난 것이란 걸 깨달은 이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무슨 이유로 친구들과 다퉜는지, 왜 부모님의 눈치를 자주 살폈는지, 왜 큰형의 심부름을 당차게 안 한다고 했다가 뒤지게 얻어맞곤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거든요. 저도 모르는 어린 제가,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어? 여기 눈밭이 있네”하며 노트북 속에 펼쳐진 한글화면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순간이 왜 제가 동시를 쓰는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입니다!

이젠 노트북 화면을 눈밭 삼아 뛰어노는 아이와 친해진 후 그 녀석에게 하나씩 질문을 던져볼까 합니다. 어릴 적 있었던 산처럼 큼지막한 일부터 모래알처럼 작디작은 사건까지 남김없이요. “너! 똑바로 대답 안 하면 같이 안 논다!” 이런 반 협박(?)으로 살짝 겁도 주면서요. 이처럼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은 저의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신춘문예라는 가슴 설레는 문학의 장을 마련해주신 부산일보사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약력: 경남 마산 출생. 2020년 뉴스N제주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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