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파업 당시 정부 대응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음성 녹음 파일이 26일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과 함께 명 씨가 현 정부 국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명 씨가 그해 7월 20일 파업 중이던 거제 조선소에 가던 중 지인과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에서 명 씨는 “조선소고 뭐고 내용을 잘 몰라서 (대우조선해양)이용호 부사장한테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고 했지”라며 “대통령하고 사모한테 강경진압하라고 다 보고했어”라고 말한다. 이어 “보고하고 나니까 한 총리(한덕수 국무총리)가 긴급 소집한 거 아냐”라고 했다. 명 씨가 당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으로부터 받은 파업 관련 보고서를 토대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강경 진압을 건의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한 총리 주재로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명 씨의 발언이)당시 정부 대응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7월 14일에 한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가 열렸고, 7월 18일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의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이 발표됐다”고 밝혔다. 명 씨는 또 녹음파일에서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한 거(보고서를 써준 것)니까 믿고는 있지만, 가서 보기라도 해야 나중에 (대통령과 사모가)물어보면 할 말이라도 있지”라면서 “데모하는 놈 150명 때문에 하청 일하는 놈 1만 명이 다 죽겠던데, 회사 피해가 5700억이라는데 이것저것 다 붙이면 7000억이라 하더라”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명 씨가 사측 입장만 듣고 파업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과장된 수치도 그대로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은 지난 달 명 씨가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을 찾아 사측 관계자들로부터 파업 상황을 보고 받고, 이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한 정황을 보도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앞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2022년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51일간 점거 농성 파업을 벌인 뒤 한화오션으로부터 47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받는 등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