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건이 27일 예정대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다. 첫 변론준비기일인 이날 윤 대통령 측은 ‘대리인단을 선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출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탄핵심판 일정이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26일 열린 정기 브리핑에서 27일 첫 변론준비기일과 관련해 “진행은 수명재판관인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이 할 예정이다”며 “오전 재판관 회의에서 수명재판관들은 사건 진행 상황과 대응 방안을 보고했고, 전원재판부는 상황 인식과 대응 방안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24일 국회 소추위원 측은 서증, 증인 신청 등을 포함한 입증 계획과 증거 목록을 제출했고, 대리인 위임장도 추가로 제출했다”며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접수된 서면은 없다”고 설명했다.
변론준비기일에서 헌재는 탄핵 사유를 쟁점별로 정리하고, 구체적인 입증 방법 등을 논의한다. 정식 변론이 아닌 준비 절차로 통상 1시간 안팎으로 끝난다.
법조계는 헌재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살펴보면 향후 탄핵심판 결정 시기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고 본다. 변론준비기일에선 국회 측이 대통령 탄핵 사유 입증 자료를 제출하고, 재판부는 이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반박 의견 등을 참고해 향해 재판에서 어떤 일정을 거쳐 증거 조사를 할지 등을 협의한다. 이를 통해 사건 관련자 중 몇 명이나 증인으로 부를지 등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을 따르는 탄핵심판 절차에서 증인을 몇 명 부를지, 사실조회 등 절차에 시간을 얼마나 쓰는지 등이 향후 재판 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한 주에 몇 회 재판을 여는지도 중요한 사안이다. 통상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주 2회가량 변론기일을 열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대리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준비명령을 통해 지난 24일까지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계엄 포고령 1호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탄핵심판은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준비 절차를 자동으로 종료하되 ‘절차를 계속할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예외를 허용한다. 이에 따라 현재는 다시 기일을 잡고 윤 대통령 측의 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윤 대통령 측이 출석하지 않으면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절차가 속행된다.
김형두 헌재 재판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원래 한 쪽이라도 불출석하면 진행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다음 기일을 수명재판관들께서 적절히 판단해서 준비 절차를 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한 번 더 기일을 지정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로서는 변론준비기일과 관계없이 재판 준비는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측이 정식 변론기일 때까지 지금처럼 ‘지연 전략’을 구사한다면 재판이 공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법실무·헌법재판을 연구하는 김현재 부산대 법학과 교수는 “헌재 헌법소원 심판의 경우 국선 제도가 있지만, 탄핵심판에선 국선 제도가 없다”며 “탄핵심판 사건에서 당사자를 사인으로 본다면 반드시 변호사(대리인)를 선임해야 하고 변호사가 없다면 재판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을 사인으로 볼 것인지, 국가기관처럼 공인으로 볼 것인지 학계에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