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사이에선 '공차는 여성'은 더 이상 감탄의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여성 '풋볼러'들도 늘었고, 여성 풋살 레슨이나 동호회도 SNS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름과 '여성 풋살'을 조합해 검색하면, 각종 여성 풋살 동호회, 수준별 레슨 등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동호회가 많아지면서 크고 작은 대회도 생기고, 동호회 간 실력 차도 생길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 여성들에게 '풋살'이나 '축구'는 손에 닿기 어려운 스포츠다. 일단 공을 차는 여성 인구 자체가 수도권에 비해 적다. 여성들은 공을 차는 데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에, 주변 다른 여성의 경험이나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에 비해 공을 차본 여성 자체가 지방엔 적으니 당연히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아무리 미디어에서 공차는 여성이 늘었다 떠들어도 지방에선 막상 구장에 발을 들이기는 참 어렵다.
그러다 보니 동호회를 쉽게 찾기 힘든 지방에선 풋살이나 축구 '레슨'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레슨도 지역의 경우 많아야 한두 개다. 그마저도 소위말해 돈이 되는 '유소년 클래스'와 함께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풋살을 전문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몇 개월씩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서울·수도권 지역에는 지역이름과 함께 레슨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만 수백 개다. 레슨 후기와 레슨 방향 등 정보가 쏟아진다. 공을 한 번도 안 차본 여성이라도 이 같은 정보를 접하면 '나도 차 봐도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정도다. 반면 지방은 이런 정보들이 SNS상에도 부족한 실정이다.
수도권의 경우 거의 모든 지역별로 동호회가 결성돼 있어 접근성이 높다. 심지어는 직장 내에서 여성 풋살팀이 꾸려진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풋살은 팀의 분위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도권의 동호회는 가입하기 전 SNS에 올라온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팀의 분위기를 먼저 엿보기도 좋다. 자신의 성향이나 수준에 맞는 팀을 사전에 쉽게 탐색할 수 있는 셈이다. 공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여성일수록 이런 정보는 입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방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동호회 수가 적다 보니 레슨에서 만난 이들과 자연스럽게 풋살팀을 결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풋살팀 수가 적다 보니 팀원들과 불화가 생겨 팀을 옮기고 싶어도 워낙 지역 내 팀 수가 적어 옮기기 부담스러운 상황도 펼쳐진다. 이리저리 팀을 전전하다 그냥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지방의 여성들도 공을 차 봤으면 좋겠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공놀이는 즐겁다. 레슨도 등록해 보고, 팀원들에게 다른 동호회 분위기도 물어보면서 나와 맞는 팀을 찾아보자.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드리블로 두세 명을 제치고, 팀원에게 패스해 골문 앞에 서 슈팅을 때리는 순간, 턱끝까지 차오른 숨에 그간의 불편함은 희열로 바뀔 것이다. 열악한 환경일수록 그 환경을 개척해 저변을 넓혀봤으면 좋겠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