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양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경합이라는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 이재명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여론조사가 선거결과와 달랐다며 여론조사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5.7%, 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0.8%, 민주당 지지율은 42.2%로 양당 격차는 1.4%포인트(P)에 그쳤다. 지난 9월 3주차 이후 16주 만에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다.
이에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6.3%)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민주당 36%로 양당 격차가 2%P에 그쳤다.
12·3 비상계엄 직후 크게 벌어졌던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이처럼 줄어든 데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에 따른 ‘반사 이익’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최근 당 지지율 상승에 대해 “우리 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지지해 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탄핵 폭주·특검 중독·국가 핵심 예산 삭감으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이재명 세력에 맞서 싸우며 올바른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절규 어린 호소”라며 “국민의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재명만큼은 안 돼야 겠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건 안 된다는 반민주당 정서, 반이재명 정서가 갈 데가 없으니까 국민의힘 지지로 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실장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태극기 세력이나 강경 우파에 끌려가서 ‘계엄이 정당하다’ ‘부정선거 확실하다’ ‘윤석열 보호해야 된다’는 프레임으로 가면 중도층은 다시 빠져나온다”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은 여론조사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 국면에서 갤럽(여론조사 결과)은 4~5% 국민의힘이 이기고 있었다”면서 “(실제)총선 결과는 민주당이 전국에서 10% 이상 이겼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와 선거결과와의 차이를 강조한 박 의원은 “여론조사를 가지고 일희일비할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박원석 전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갤럽도 그렇고 리얼미터도 그렇고 최근 샘플에 보수가 많이 잡힌다”면서 “(보수 세력이)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이런 보수층 과표집의 진앙지가 자유통일당, 태극기 부대, 전광훈 목사”라면서 “이 상황이 지나가면 남는 것은 극우 정당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지지율 하락을 인정하기 어려운 당내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총선 이후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재구성된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정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어떤 분석도 부정하면서 정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조사 신뢰도 문제 이외에 별다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