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조사 연일 거부하는 尹, 수사 지연 전략 고수

입력 : 2025-01-19 18: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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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출석 통보에도 불응
공수처·검찰, 10일씩 수사 예정
조사 거부 땐 檢 송치 앞당길 듯
내달 5일 기소 전 특검법이 변수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측 김홍일(오른쪽), 석동현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측 김홍일(오른쪽), 석동현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9일 구속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고수하는 윤 대통령은 구속 후에도 ‘수사 지연 전략’을 구사하며 여론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공수처 출석이 어렵다”며 “공수처에선 더 말할 게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본인 의사를 반영해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 쪽에 “이날 오후 2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날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출석하면 기존에 준비해 둔 200페이지 질문지를 토대로 비상계엄 선포 전반에 관해 캐물을 예정이었다. 윤 대통령이 계속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인치(강제 연행)나 구치소 방문 조사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체포 첫날인 지난 15일 공수처의 첫 조사에서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고, 다음부터는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수사 지연’이나 ‘수사 거부’ 전략을 지속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가 주도한 수사에 대한 거부 명분을 강화하고 본격적인 탄핵심판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윤 대통령 구속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에서 집단 폭력 사태를 벌여 86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19일 오후 공수처 청사에서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공수처 청사에서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애당초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없고,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특권이 있는 현직 대통령을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수사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또 관할권 없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 받은 체포영장은 불법 무효라는 입장에서 체포가 부당하다고도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향후 수사와 기소 일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구속 기간은 10일이고 법원 허가를 받아 1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최장 20일간 구속 가능한데 체포해 구금되면 체포한 날부터 기간을 계산한다.

날짜만 계산하면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지 20일이 되는 날은 다음 달 3일이지만, 실제 구속 만기일은 이보다 늦은 다음 달 5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가 체포·구속 적부심사를 청구하면 법원이 심사를 위한 서류를 접수한 때부터 검사에게 반환할 때까지의 기간 등은 구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판검사, 경찰 등만 기소할 수 있고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은 없으므로 일주일가량 더 윤 대통령을 수사한 뒤 검찰에 기소를 위해 수사 서류 등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공수처와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해 양측이 각각 10일씩, 합쳐서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하기로 사전에 협의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공수처 수사 거부가 계속되면 합의된 10일을 모두 채우지 않고, 미리 검찰에 넘길 가능성도 있다. 기소 주체인 검찰에 시간을 더 주면서 공소 유지에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망이다.

공수처가 사건을 넘기면 검찰은 다음 달 5일을 전후해 윤 대통령을 기소할 전망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석방을 결정한다면 기소는 더 늦춰질 수 있다. 다만, 향후 내란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공수처나 검찰의 수사 일정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목된 윤 대통령이 내달 초 기소되면 내란 혐의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엄 관련 병력·경력 동원 등에 관여한 군경 중간 간부들과 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무위원 등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어 검찰과 경찰, 공수처 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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