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수요가 몰렸던 신축 아파트의 지난해 부산에서 판매량이 예년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서울은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었지만, 부산은 절반이 넘는 신축 단지가 경쟁률 1 대 1을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 지역 곳곳에서 미분양 물량은 쌓여만 가고, 1군 건설사들은 부산에서의 사업을 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21일 부동산시장 분석 전문업체 랜드월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판매된 부산 지역 신축 아파트는 모두 7922세대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2015년에는 부산에서만 연간 2만 4686세대가 팔릴 정도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높았고, 10년 평균으로 봐도 연간 1만 4328세대가 판매됐다. 신축 아파트 판매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신규 아파트 공급 대비 판매 비율을 따져봐도 투자자나 실수요자 모두 신축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신축 공급 대비 판매비율은 61.8%로 전년 대비 21.7% 줄었다.
10년 평균 공급 대비 판매 비율을 따져보면 85.3%로 최근 1년보다 23.5%포인트(P)나 높다. 2017년에는 이 비율이 96.3%에 달할 정도여서 사실상 신축 아파트가 없어서 못 살 수준이었다.
지난해 부산 지역 신규 아파트의 청약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1순위 청약 기준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건 수영구 광안동 ‘드파인 광안’(13.1 대 1) 한 곳 뿐이었다. 10곳이 넘는 신축 아파트들은 청약 경쟁률이 1 대 1을 넘기지도 못했다.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인 부산의 분양시장이 극도의 침체를 겪었지만, 서울에는 청약 통장이 무더기로 쏠리며 양극화가 한층 심각해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단지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02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아파트의 경쟁률은 평균 289 대 1에 달했다.
랜드월스 김혜신 대표는 “서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당첨만 되면 주변과 비교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반면 부산은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월등히 높아 수익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분석했다.
건설 사업자들은 부산에서 주택 사업을 펼치는 걸 꺼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부산지역 주택 사업 경기 전망 지수는 48로 전월에 비해 22.8P 하락했다. 이는 전남(53.3)과 대구(48.1)보다 낮은 수치로 전국 최저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몇몇 1군 건설사는 수익이 나기 힘들 것 같은 사업장에서 공사비를 과도하게 높게 부르는 등의 형태로 발을 빼고 있다”며 “앞으로 건설 대기업이 부산에서의 신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땐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분양가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부산의 민간 아파트 평(3.3㎡)당 분양가는 2215만 2000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올해 분양 가능성이 있는 일부 해안가 분양 예정 단지는 평당 4500만~5000만 원의 분양가를 예고하고 있다.
김혜신 대표는 “건설사들은 원자잿값 상승 등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지금의 분양가는 실수요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분양가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맷값이 상승해야 하는데 경기 침체, 고물가 등으로 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적다”고 분석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