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시 산하 공공기관의 정원을 기관 성과와 연동해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시는 경영성과가 저조한 기관의 정원을 감축하고 일 잘하는 기관에 몰아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공공기관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기관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다고 비판한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공공기관 조직·정원 관리 방향’을 토대로 산하 공공기관의 성과에 따라 정원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안을 올해부터 시범 운행한다. 내년엔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다.
시는 앞으로 산하 공공기관 정원을 총량으로 관리하면서 정원 조정을 위한 협의를 매년 정례화할 계획이다. 또 정기적으로 공공기관 조직 진단을 실시해 높은 성과를 창출한 기관에는 특별 정원을 부여하기로 했다. 반면 미흡한 기관의 정원은 감축해 이를 성과 우수기관 특별 정원 자원으로 활용한다. 시는 공공기관을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겠다며 이런 방안을 내놨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시 산하 공공기관 규모는 계속 커졌고, 시는 지난해 성과에 기반해 조직 정원을 관리하기로 했다. 산하 공공기관마다 적정 규모를 찾겠다는 의도도 있다.
다만 공공기관을 효율성만 내세워 운영해서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효율성이 평가 기준이 되면 본래 공공기관의 설립 취지와 운영 목적, 경영 목표는 실종되고 기업과 같이 성과만을 우선에 둔 운영 방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공공성과 공익성은 뒷전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조직 기능과 성격이 판이한 기관들을 평가하면서 어떻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도 숙제로 떠올랐다.
각 공공기관의 독자적인 운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은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관의 실정에 맞게 조직과 정원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 이번 방침은 각 기관 상황을 무시하고 정원 조정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들은 성과 저조·우수와는 무관하게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과 국가·지방정부의 책임 측면에서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부산시의 방향성은 공공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시대착오적인 공공기관 통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2시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산 노동·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참여한 ‘부산시 공공기관 조직·정원 관리 방향 문제점 및 개선 방안 토론회’도 열렸다.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시의 방안이 시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구성원들을 상시적인 구조조정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