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尹과 첫 대면한 군 사령관들, 국회엔 입 다물었다

입력 : 2025-02-04 18:26:5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尹 탄핵심판 5차 변론 상보

전 수방사령관 국회 질문에 침묵
尹 측 질문에만 “계엄 적법” 응답
전 방첩사령관도 제한적 답변만
형사재판 이유 대부분 증언 거부

윤석열(위) 대통령과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위) 대통령과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당시 주요 군 사령관들과 처음으로 대면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전화 지시 등과 관련한 국회 측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답변을 거부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형사소송에 관련돼 있고 검찰 조서에 대한 증거 인부(인정 또는 부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임을 알지만 (답변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증거를 인정할지 그것을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상황에서 헌재 증언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적극적으로 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전 사령관은 이후 국회 측 대리인단이 ‘수방사 병력에 국회 담을 넘어 진입하라고 했나’, ‘병력에게 진입하라고 한 무렵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나’ 등의 질문에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등의 질문에도 모두 답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이 계속해서 답변을 거부하자 국회 측은 가림막 설치를 희망하는지 물었으나 이 전 사령관은 “그건 상관하지 않는다. 군인으로서 직책과 명예심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있는 중”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혀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 면전에서는 증인들이 사실대로 진술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퇴정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한 상태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질문에 대해서는 적극 답변했다. 그는 ‘국회에 병력을 투입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는 계엄법에 따른 적법한 지시였냐’는 질문에는 “위법·위헌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지금도 그 부분은 적법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국민 담화 직전에 김 전 장관으로부터 어떤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부대에 가서 대기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계엄 선포 조건이 여러 교란 이유로 국가의 행정과 사법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의 증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12·3 비상계엄 당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국회의원을 끌어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기억에 따라 얘기하는 것을 대통령으로서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만 상식에 근거해 본다면 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원들을 들쳐 업고 나오라고 했다는 지시에 대해서는 “수천 명의 민간인이 경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국회의사당 본관에도 수백 명이 있었을 것”이라며 “계엄이 해제되고 군 철수 지시가 이뤄졌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라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 역시 형사재판 중이라는 대부분의 증언을 거부하며 제한적인 답변만 이어갔다. 다만 그는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주요 인사 체포조의 대상 명단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정치인 15명 정도를 체포할 건데 경찰에 위치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적 있느냐’는 국회 측 대리인 질문에 “2가지를 협조 요청한 적 있다고 기억한다”면서 “첫 번째는 법령, 작전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하니 인력을 보내 달라는 것. 두 번째는 특정 명단에 대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요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