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학생이 연루된 폭행 사건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중재를 거쳤지만 학교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학교 현장에서 중재 시도가 이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양측 학생은 모두 가해자로 사법 심판까지 받게 됐다.
부산에만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하는 통합 학급이 1700개에 달하는데 학교가 장애 학생이 포함된 학내 문제 발생 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인다.
6일 해운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해운대구 한 중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폭행한 학생 A(15) 군이 검찰에 넘겨졌다. A 군은 지난해 11월 학교 복도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B(15) 군의 복부를 가격하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군 측도 경찰에 “B 군의 지속적인 욕설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학폭위가 열렸지만 중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중학교는 자체 진상 조사를 거쳐 지난 1월 학폭위를 열었지만 두 학생 모두 가해학생 처분이 내려졌다. A 군에 대해서는 징계처분 2호와 3호인 △학생과 보호자의 특별교육 △학교 봉사가 내려졌고, B 군에게는 징계처분 1호와 2호인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학생과 보호자의 특별교육이 내려졌다.
B군은 3건의 사건으로 학폭위를 겪어야 했지만 3건 모두 자체 취하되거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학부모가 폭행 모습이 찍힌 복도 CCTV를 수집하면서 학폭위로 이어졌다. B 군 어머니는 “아들이 중학교 내내 맞아왔고 맞지 않게만 해 달라고 학교에 요청한 것만 수차례”라며 “학교 안에서 해결되지 않아 끝내 경찰 고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통합 학급 교육에 대한 학교 당국의 통합 교육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2024 교육부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의 통합 학급은 1761개, 통합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은 1906명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장애·비장애 학생들의 실질적인 ‘통합’은 갈 길이 멀다. 이번 사건처럼 장애 학생이 연루된 폭행 사건도 일반 학교폭력과 똑같이 처리된다. 장애 학생이라도 의사전달이 가능하면 학폭위에서 직접 진술에 나서야 한다. 장애 학생 측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가 처지를 일목요연하게 밝힐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교사와 학생들이 장애 아동 특성에 대한 이해도 낮아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B 군의 경우 자폐 스펙트럼 안에서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학생으로, 음성에 민감해 들은 소리를 반복하는 반향어 등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인 욕설 등에 노출되며 욕설을 반복적으로 되뇌는 경우를 두고 비장애 학생과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학교 당국의 대처도 미흡한 경우가 있다. 법에서는 장애 이해 교육을 연 2회 전교생 대상으로 하도록 명시했지만, 특수교사는 학교당 1~2명에 불과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관련 문제들은 대부분 담임교사가 담당한다. 부산 장애인부모회 도우경 회장은 “특수교사 1~2명에게만 장애 학생을 짐 지우는 게 현실이며, 담임교사의 충분한 이해를 바라기가 어렵다”며 “현재 이뤄지는 통합 교육은 물리적 통합에 그칠 뿐이다”고 지적했다.
해운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응팀 관계자는 “장애 학생이 학폭위 주체가 될 경우 특수교육 전문가가 있는 소위를 배정해 심의를 진행하며 장애를 감안해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며 “의사전달이 어려운 학생은 조사 단계부터 진술 조력에 나서나, 그 외 절차는 일반 학생들과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