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가 최근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전국 규모의 체육행사를 잇따라 유치했지만, 정작 선수와 지도자 등이 머무를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추지 못해 지역경제활성화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는 관광산업활성화를 위해 민간투자자와 골프장·리조트를 건설한다고 발표한 이후 돈이 되는 골프장만 완공해 영업하고, 관광객 등이 숙박할 수 있는 리조트는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착공조차 하지 않고 있다.
9일 밀양시에 따르면 10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밀양시 스프츠파크야구장과 가곡야구장 등에서 ‘제2회 밀양아리랑배 전국 우수 고교·대학 야구 윈터리그’를 개최한다. 이 대회에는 전국 24개 팀이 참여해 98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 기간동안 전국에서 1000여 명의 선수와 임원, 지도자 등이 참여한다. 이 과정에 선수 가족과 후원자 등을 감안할 경우, 실제로 밀양을 방문하는 인원은 참가 예상자의 2~3배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행사가 같은 기간에 겹친다는 점이다. 한국중고배드민턴연맹(회장 조보의)과 경남배드민턴협회(협회장 이만기)도 10일부터 오는 16일까지 밀양시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한국 중고배드민턴연맹 전국 학생우수선수권 대회’를 개최한다. 이 대회에는 중학·고등부에서 선수와 임원, 지도자 등 600여명이 참여해 개인전을 펼친다. 이 때문에 밀양에는 10일부터 2개의 대규모 체육행사가 동시에 개최되면서 전국에서 선수와 관광객 등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밀양에는 이들은 수용할 수 있는 격조 있는 호텔이나 리조트 등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구 10만 명 내외인 밀양에는 3성급 호텔이 1곳 뿐이다. 특히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리조트는 전무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와 행사 관계자들은 인근 창녕 부곡온천이나 창원, 부산 등에 숙소를 잡은 뒤 장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리조트 부족은 밀양시가 자초한 측면이 많다. 시는 2019년 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해 민간투자자와 함께 밀양관광단지사업단을 공동설립한 후 단장면에 7개 공공시설과 2개 민자시설 건립에 착수했다. 2곳은 골프장과 리조트다. 밀양관광단지사업단은 2023년 3월 골프장(18홀)을 건립해 영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리조트(82실 규모 호텔콘도미니엄) 공사는 수익성 불투명 등을 고려해 착공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밀양관광단지사업단은 2019년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시 밀양시의회에 ‘리조트는 토지보상 완료 후 3년 이내에 건립한다’고 약속했지만, 불명확한 ‘완료 시점’ 등을 핑계로 착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시는 민간업자가 당초 계획대로 리조트를 건립하도록 감독하고 독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을 추진했던 박일호 전 밀양시장이 지난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중도 사퇴하면서 사업추진의 연속성이 깨져 리조트 건립사업은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밀양시 관계자는 “대규모 행사가 겹치는 바람에 일부 선수와 임원의 숙박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지역 내 모텔 등을 이용하거나 인근 도시와 교통여건이 좋아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며 “리조트 건립사업은 빠른 시간 내 착공할 수 있도록 민간사업자를 독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