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대체 자산으로 확전되고 있다. 달러 패권을 흠집 내기 위해 금을 사들이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고자 비트코인을 국가 비축 자산으로 키우는 미국의 ‘쩐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해 10%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등 미국발 관세 전쟁이 중국을 상대로 본격 시작되자,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인 금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달러 패권 흔들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대대적인 관세 공약을 예고한 만큼, 금 선호 심리는 예견된 수순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지난해 연간 금 보유량은 1186톤(t)으로 4년 만에 역대 최대로 사들였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333t을 매입했다.
주요국 중 중국의 금 매입 규모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2022년 1948t이었던 중국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12월 2279.6t으로 늘렸다. 이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통계를 공개한 1977년 이후 최대 보유량이다. 중국은 작년 한 해 동안 40t 이상을 추가로 사들여 전 세계 금 보유량 5위인 러시아(2335.9t)와의 격차를 바짝 좁혔다.
중국이 금 사재기에 나선 배경은 전 세계 거래 시스템이 달러화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미국의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통상 두 안전자산의 가격은 상반된 흐름을 보여왔다. 세계금협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인민은행이 금보유고를 늘리는 목적은 외화보유고를 다변화해 과도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김진영 연구원도 “중국 정부의 외환 보유고 내 금 보유량 확대는 미·중 무역 전쟁 속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을 향한 거침없는 공세를 벌이고 있다. 꾸준히 금을 매입하면서 동시에 미국 국채는 팔고 있어서다. 중국이 미 국채를 시장에 판다면 미국의 국채 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금리 급등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국제자본 흐름(TIC)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14년 1조 3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8000억 달러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지난 15년 중 역대 최저치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36조 달러(한화 약 5경 248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부채로 고전 중인 미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금의 경쟁자”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CIS)를 언급한 뒤 “대놓고 적대적인 이들 국가가 새로운 자체 통화나 기존 통화로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도록 확약받을 것”이라고 엄포한 바 있다.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내세운 카드가 징벌적 관세와 비트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보유하면 금의 수요를 대체해 전 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될 것이란 복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도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열린 ‘딜북 서밋’에서 “비트코인은 달러의 경쟁자가 아닌 금의 경쟁자”라고 언급했다.
비트코인은 △영속성 △희소성 △채굴의 어려움 등 여러 면에서 금과 유사하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디지털 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미국이 1930년대 전 세계 금을 대량 매입해 달러가 기축통화로 부상한 사례처럼 비트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구상에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금의 10% 수준인 약 2조 달러(약 2876조 2000억 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은을 뛰어넘고 세계 8위 대체 자산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발 무역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직전 최고가 대비 10% 넘게 빠졌다. 결국 비트코인이 금처럼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이 실현돼야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 23일 대통령 산하 가상자산 전담 실무그룹을 출범했다. 실무그룹은 비트코인 비축량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도 비축 자산에 포함할지 등의 여부를 6개월 이내 결론 내릴 예정이다.
키움증권 김현정 연구원은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방안이 실제 추진된다면 미국 연방정부의 대규모 매입으로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하고, 미국 외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자산으로 인정받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