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무연고자 ‘사회적 가족 장례’ 시행

입력 : 2025-02-13 18: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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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
17일 광역 지자체 중 첫 도입
동주민센터에 사회적 가족 등록
사망 직후 알려 장례 참여 지원
본보-동구 협업 부산 전역 확대

지난해 9월 부산 동구보훈회관에서 해피엔딩 장례 지원사업 참여자들이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해 9월 부산 동구보훈회관에서 해피엔딩 장례 지원사업 참여자들이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시가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무연고 사망자의 사회적 가족이 장례를 주관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개정 장사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죽음과 사후 결정권 보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을 오는 17일부터 부산 전역에서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은 무연고자가 생전에 장례 주관자 등 사회적 가족을 지정(대상자가 희망할 경우)해 동주민센터를 통해 등록하면, 행정 기관이 무연고자의 사망 직후 사회적 가족에게 알려주는 제도이다. 신청자는 희망 장례 일수와 안치 방법(봉안 또는 산골), 종교 의식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또 희망 시 영락공원 홈페이지에도 부고를 게시한다.

광역 자치단체 단위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죽음과 사후 자기 결정권 보장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가동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의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사업’은 개정 장사법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3월 개정된 장사법은 무연고자나 잠재적 무연고자가 유언장, 자필서명서 등의 방법으로 생전에 지속적인 친분 관계를 맺은 사회적 가족을 장례 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실은 무연고자 사망 시 이를 장례 주관이 가능한 사회적 가족에게 알리는 체계가 없어, 사회적 가족이 무연고자의 장례나 추모, 사후 정리에 전혀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연결 프로젝트-고립의 꼭짓점 무연을 잇다’(부산일보 지난해 6월 27일 자 1면 보도 등) 기획 기사에서 부산시와 일선 구·군의 무연고사 자료·사례 분석과 현장 밀착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법과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들춰냈고, 부산 동구청과 협업을 통해 ‘해피엔딩 장례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부산시가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죽음과 사후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 사업’을 오는 17일부터 부산 전역에서 시행한다. 광역 자치단체 단위에서 이 같은 복지 시스템이 가동되는 건 처음이다. 사진은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 신청서.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죽음과 사후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 사업’을 오는 17일부터 부산 전역에서 시행한다. 광역 자치단체 단위에서 이 같은 복지 시스템이 가동되는 건 처음이다. 사진은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 신청서. 부산시 제공

동구청에 이어 남구청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등 확산 움직임이 이어지자 부산시는 이 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복지 모델이라고 보고 부산 전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세부 시행 지침을 만들기 위해 구·군 담당자와 관련 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했고, 최근 최종 시행 지침을 확정했다.

시는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기초연금 수급자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한다.

부산시 노인복지과 김성국 주무관은 “우선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인 ‘행복e음’을 활용하면 신청자와 신청 내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우선 시행하고, 보완을 거쳐 당초 사업 취지대로 모든 무연고자와 잠재적 무연고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주민센터는 신청 접수, 사전 장례 주관자 상담, 신청 내용 변경 등의 실무를 맡는다. 구·군은 무연고 사망자 발생 시 장례 주관자에 연락하고, 희망 장례 일수와 안치 방법, 공영 장례 지원 등을 고지한다. 시는 구·군으로부터 매월 신청 현황을 받아 관리하고 행정 지원에 나선다.

시는 무연고자 예방과 인식 개선을 위해 비영리 민간단체와도 연계한다. 웰다잉문화연구소는 사전 장례 주관자 지정 신청자를 대상으로 사후 자기 결정권과 사전 연명의료 의향 등 웰다잉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담과 교육을 진행한다. 이는 무연고자 또는 잠재적 무연고 1인 가구와 사회적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해 이들의 생전 고립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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