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 대표 상권인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시는 하단오거리와 동아대 일대를 묶어 부산 최대 규모의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직접 팔을 걷어붙였고, 관할 자치단체인 사하구청도 구역별 테마를 정해 콘텐츠 확충에 나서는 한편 간판 정비 등 직접 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13일 부산시와 사하구청에 따르면 시는 지난 11일 사하구 하단오거리~동아대 일대 상권 16만 8086㎡(약 5만 1000평)을 자율상권구역(이하 하단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 완료했다. 하단 자율상권구역은 시가 지정한 5번째 자율상권구역으로 면적으로는 부산에서 최대다. 지난달 선정된 금정구 부산대 앞 상권보다 7배 이상 크다.
하단오거리와 동아대 상권은 한때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알짜 상권이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등이 지나는 교통 요충지이고 녹산산단 등 인근 산업 지역 종사자들이 끊임없이 찾았다. 병원과 술집, 옷집이 끊이지 않고 생겨났다. 그러다 서부산권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상권이 점차 위축됐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참고로 하단 자율상권구역 내 점포 905곳 중 133곳(15%)이 공실이다.
하지만 하단오거리 일대는 부산의 새로운 교통 요충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향후 하단역은 도시철도 하단녹산선과 5호선(사상하단선), 부산형 급행철도(BuTX) 등이 지나는 ‘쿼드러플 역세권’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BuTX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부산시도 사하구청 요청에 하단 자율상권구역 지정으로 화답하며 특급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구청 역시 상인들이 참여하는 하단자율상권조합과 함께 하단 일대를 새롭게 재단장하기로 했다. 정비가 끝나면 하단오거리 일대는 몇 가지 테마에 따라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이 많이 찾는 하단역 상권은 간판부터 바꾼다. 구청 측은 일명 ‘하리단길’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조례를 새로 정비하고 실제 인테리어 개선 등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하단역~칠산맨션 직선거리 750m 일대에는 의류, 잡화점, 팝업스토어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콘텐츠들로 채운다. 이곳은 현재 식당 중심을 이룬다.
에덴시장 인근 노포맛집 거리는 테마거리로 바뀐다. 청년 공간도 확충된다. 사하구 경제일자리과 관계자는 “에덴공원 주변에 생기는 에덴복지관과 솔바람문화센터를 활용해 청년들이 여가를 즐기고 주변 상권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측은 하리단길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하리단길 캐릭터다. 구청 측은 하리단길의 젊음과 활기를 표현한 고양이 캐릭터 ‘하리’와 하리단길의 밤을 밝혀주는 불빛 캐릭터 ‘샤인’을 만들었다. 앞으로 하리와 샤인을 활용한 콘텐츠를 내놓고 문화 축제도 펼친다. 사하구 경제일자리과 강복규 과장은 “하단오거리에 새로운 캐릭터를 활용한 정체성을 부여해 시민들이 더욱 친숙하게 느끼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청은 재정 확보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자율상권구역 지정을 발판삼아 ‘2026년 상권 활성화 공모 사업’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선정되면 중소벤처기업부 보조금 50억 원 등 5년간 최대 1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구청 측은 조만간 하단 자율상권구역의 구체적인 그림을 마무리 짓고 대응하기로 했다.
이갑준 사하구청장은 “부산의 교통 요충지로 탈바꿈할 하단 일대를 서부산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구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과거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던 하단역과 동아대 일대를 부산 서부권 대표 핫플레이스, 랜드마크로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