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곰곰 생각] 부산 교육, 감원 아닌 결원 대책이 필요하다

입력 : 2025-02-18 18: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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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정부, 저출생 이유 교사 정원 감축 지속
학교 현장 “수치 단순 비례 불합리” 반발

부산은 전국 최고 결원율 겹쳐 이중고
교육청, 20년 뒤 취학 인구 급감 대비
빈자리 생겨도 채용 않고 기간제 고용
공교육 내실화 합리적 균형점 찾아야

정부가 올해 초·중등 교사 정원 2232명을 감축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학령 인구의 감소에 대비한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에 따른 것이다. 저출생 여파로 교사 감원이 시작된 게 10년이 넘었다. 정원 축소가 발표되면 그때마다 교원단체와 교사들이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출생 통계를 보면 취학생 급감은 기정사실이다. 따라서 교사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7년생은 35만 7771명이었는데, 2023년생은 23만 28명으로 35.7% 감소했다. 부산 초등 교사 수는 지난해 7480명에서 올해 7380명으로 100명 줄었다. 중등 교사 수는 6806명에서 6691명으로 115명 감소했다. 내년에도 각각 1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과 교사 수를 단순 비례해서 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맞선다. 교육부의 ‘교사 1인당 학생 수’ 기준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학교나 학급 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신도시 내 학교 신설이나, 고교학점제에 따른 분반 수업 등 각 수업 현장에서 교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산 금정구와 동래구 소재 인접한 세 곳의 초등학교를 보면 일률적인 정원 관리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초등은 지난해 인근 신축 아파트 학생 수요 예측이 어긋나 낭패를 봤다. 모듈러 교실을 증축하고 22명의 기간제 교사까지 고용했지만 입주 지연과 전입 미달로 추가 편성한 학급 정원은 15명에 못 미쳤다. 재학생은 한 학급에 27명씩 빽빽하게 배정해 놓고 새 학급을 신설했다가 허를 찔린 것이다.

인접한 B초등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학급 정원이 30명까지 치솟는 과밀 학급으로 변했다. 반면 주택가를 끼고 있는 C초등은 한 학년에 한 학급씩으로 줄어 교사 정원도 대폭 줄었다. 이 경우 소수의 교사가 수업 외 학교 업무까지 부담해 교사들 사이에 기피 1순위다.

부산 교사 감원 문제를 한층 심각하게 만드는 해묵은 고질병이 하나 있다. 정규 교사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 결원 비율이 전국 최고인 점이다. 부산 공립학교 증등 교사의 지난해 결원은 1270여 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17.64%였다. 전국 평균 6.6%의 세 배에 가깝고, 후순위인 서울, 인천, 광주가 8%대인 점에서 부산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문제는 병가나 휴직으로 인한 일시적 결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정년·명예퇴직으로 빈자리가 발생해도 채용을 하지 않아 결원율이 전국 최고가 된 것이다.

부산의 D고는 올 신학기에 23명의 교사를 받는데, 이 중 타 학교에서 전입되는 교사는 7명뿐이고 나머지는 신규 임용 6명, ‘미배치’ 10명이다. ‘미배치’란 부산시교육청이 채용하지 않고 결원으로 관리하는 정원이다. 해당 학교가 기간제 교사를 선발해야 된다. 예컨대 국어 교사 정원은 7명인데 정교사가 3명만 배정되면 나머지 4명이 계약직 자리다. 기간제 교사의 비중이 늘면 수업 시수나 담임 배정 등에서 크고 작은 신경전이 벌어진다.

여기에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다양한 분반 수업이 추가 개설되면서 교사 부족은 도돌이표가 된다. 교사가 원적 학교를 두고 여러 학교를 순회하거나, 시간 강사 전담 등 수업 운영 방식이 예전처럼 단선적이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정원을 채우지 않은 채 결원을 유지하는 고육책을 택한 이유를 극심한 저출생 탓으로 설명한다. 지금 부산 고교생 한 학년이 2만 4000명 전후인데 초등생은 1만 4000명 전후로 뚝 떨어진다. 부산의 출생률이 획기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20년 뒤에는 초미니 학교가 늘고 교사는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육청은 결원을 유지하는 대신 정원 외 기간제 교사와 시간 강사 예산을 확보해 일선 학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장과의 괴리감은 어쩔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구 추이에 따른 합리적인 수준의 교사 감원은 설득과 공감의 영역이다. 하지만 부산은 감원되는 와중에 결원도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독 부산에서 왜 이 문제가 방치됐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작금의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전국 최고 비율의 교사 결원 유지가 부산의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교육 환경인가. 20년 후 취학 인구 감소에 대비한다고 지금 세대의 공교육 내실화는 소홀해도 되는가. 현장의 문제의식과 정책적 판단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을 수는 없나.

부산 교육계의 고질병인 교사 결원 문제에 대한 지역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이 부산의 교육 대계를 세우는 길이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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