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면적 5만 5000㎡(1만 6637평) 규모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차체 공장. 수많은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불꽃이 순식간에 튀었다. 용접 로봇 16대와 지오매트리 로봇 14대가 한꺼번에 투입돼 자동차의 언더 바디와 어퍼 바디를 용접하는 데 드는 시간은 5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800여 대의 로봇과 근무인력 100명이 1시간에 빚어내는 차체는 60대에 이르렀다.
■한달간 공장 첨단 리뉴얼
5주간 가동이 중단됐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8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국내 첫 내연기관차·전기차 혼류 생산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뒤 미래 전기차 생산 기지 전환을 알리며 활기를 띠고 있었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4년 만에 내놓은 신차 ‘그랑 콜레오스’ 생산을 잠시 멈추고 올해 초 공장 전기차 생산을 위해 가동을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하루 최대 740명의 인력을 대거 투입해 전기차 전용 설비 등 총 68개에 이르는 설비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첨단 자동화 시설을 자랑하는 부산공장 차체공장에만 887대에 이르는 로봇이 가동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45대가 폴스타 4 생산을 위해 이번에 새롭게 도입됐다. 그랑 콜레오스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오로라 2’를 위한 신규 로봇도 116대에 달한다. 특히 알루미늄 적용이 많은 폴스타 4의 차체를 가볍게 하는 동시에 견고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여러 신공법이 도입된 점도 눈에 띈다.
자동차 생산의 핵심공정이 이뤄지는 조립공장도 자동화 설비가 돋보였다. 조립공장의 경우 차량 이동 장치인 섀시 행거 등을 대규모 교체하고 차체가 내연기관에 비해 25%정도 무거운 전기차 특성을 고려한 서브 라인 추가 작업을 진행했다. 전체길이 700m에 이르는 컨베이어 벨트와 차량 이동 장치는 3t에 이르는 전기차도 너끈히 들어올릴 만큼 견고했다. 자동부품공급장치가 운반한 차종별 부품이 컨베이어와 함께 움직여 혼류 생산을 원활하게 만드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대적인 설비 작업을 거쳐 그랑 콜레오스와 오로라 2는 물론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 4’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나의 라인에서 만들어지게 됐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차체기술팀 신명도 수석은 “이번 생산설비 업데이트로 전기차까지 생산할 수 있게 돼 공장 경쟁력 강화는 물론 향후 회사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공장 ‘부산의 자부심’
르노코리아가 부산공장에 집중 투자한 것은 우수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1997년 완공된 부산공장은 꾸준한 설비 보강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7개에 이르는 검사 라인을 통한 품질 관리를 토대로 르노그룹 소속 세계 20여 곳 공장 가운데 출하 불량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부산공장의 ASL 표준설비는 4개 플랫폼에서 8종의 모델을 생산할 수 있어 르노 그룹 차원에서도 독보적인 유연성을 자랑한다. 이 같은 글로벌 품질 경쟁력 덕분에 부산공장은 폴스타 4 협력 생산을 맡는 큰 성과를 거뒀다. 폴스타는 앞서 부산공장을 선택한 배경을 두고 20년 넘도록 차량을 생산하고 있고 2000명 이상의 숙련된 기술자 보유와 수출항과 바로 연결된 지리적 이점을 언급한 바 있다. 부산이 폴스타 4의 주요 시장인 북미 수출의 교두보로서 조건을 다 갖췄다고 본 것이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연간 생산량 20만 대를 목표로 국내 유수 협력업체들과 함께 국산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품질 향상에 집중할 방침이다. 르노코리아 이해진 제조본부장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생산량 증대가 필수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부산공장이 가진 다양한 장점을 토대로 지역 사회와 함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