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에서 27년 동안 사업을 이어간 건설폐기물 재활용 기업이 사업장 이전 문제를 두고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기존 사업장에 하단~녹산선 기지창이 들어서며 공장을 바로 옆 부지로 옮기려 하는데, 아파트 단지와 공장이 더욱더 가까워지며 분진, 소음 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주민들은 반발한다. 관할 지자체도 뾰족한 중재안이 없는 탓에 양측의 갈등만 깊어지는 실정이다.
11일 부산 사상구청에 따르면, (주)삼정환경기업은 지난달 5일 건설폐기물 처리사업 변경 계획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존 사업장 부지인 엄궁동 141-1, 4(1346㎡)에서 엄궁동 141-1~3, 5 일원(3307㎡)으로 사업장을 이전하겠다는 것이 신청서 핵심이다. 기존 사업장 부지에 하단~녹산선 기지창이 들어서기로 결정되면서, 부득이하게 사업장을 옮길 수밖에 없게 됐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건설폐기물 처리시설 혹은 연락 장소, 사무실 소재지를 변경하려면 시·도지사 등에게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 시·도지사 등은 신청서를 받고 30일 이내 신고 수리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삼정환경기업에 따르면, 기지창 조성을 추진하는 부산교통공사 측은 다음 달까지 엄궁동 141-1 부지에서 사업장을 옮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사상구청이 이달까지 허가를 내줘야 공백 없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행정 서류 처리는 문제가 없지만, 가장 큰 이전의 걸림돌은 주민 반발이다. 최근 1800세대 규모의 사하구 하단동 일대 아파트 입주민 50명이 삼정환경기업 사업장 부지 이전을 반대하며 사상구청에 방문했다. 현재 하단동 A 아파트와 삼정환경기업의 직선거리는 320m 수준이다. 사업장 부지를 이전하면 거리가 300m 이내로 좁혀지게 된다. 과거에도 분진, 소음 등으로 민원이 꾸준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사업장 이전 관련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A 아파트 주민은 “지금도 비산먼지로 베란다 문을 못 여는 상황”이라며 “15t 트럭이 사업장에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소음 등 주민들은 너무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주변 인프라 개발로 공장을 옮겨야하고 이마저도 반대에 부딪혀 기업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삼정환경기업 “새 공장은 최신식 집진 시설을 설치하는 데다 산업 폐기물을 쌓아 놓는 야적장 주위 펜스에는 2m 간격으로 먼지를 없애는 살수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할구청인 사상구청은 한달째 이전 허가 결정 등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사상구청은 2023년 8월 삼정환경기업의 건설폐기물처리업 변경계획서 적정통보를 철회했다. 삼정환경기업의 사업장 이전을 한 차례 불허한 것인데, ‘주민 생활권’과 주변 부지에 국가보안 시설인 차량기지가 들어선다는 이유였다. 이에 삼정환경기업이 부당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사상구청은 소송에서 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상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민원과 사업장을 둘러싼 주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당장 바로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고, 시간이 꽤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