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삶은 잦은 돌부리…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이유

입력 : 2025-03-13 11:14:04 수정 : 2025-03-13 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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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뚫기/ 박선우

책 <어둠 뚫기>. 문학동네 제공 책 <어둠 뚫기>. 문학동네 제공

매일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 회사로 향하는 30대 출판사 편집자인 ‘나’.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반복할 정도로 피로한 날들을 보내면서도 동시에 남녀 동료들로부터는 무시나 추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직장 생활 못지않게 관계 맺음의 영역에서 난해한 존재는 엄마다. 37년간 한집에서 살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엄마. 가끔 “뭔지 다 알겠다고”라고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엄마는 여지없이 ‘나’의 이해를 배반하는 존재로 남는다. ‘나’는 결국 “만약에 신이 있다면, 그래서 나와 엄마 둘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나는 엄마를 이해해 보고 싶었다”라고 독백한다.

매일 마주하는 직장과 가정에서 삶이 이렇다 보면 자칫 “그러게, 왜 살아야 할까”라는 어둠의 영역에까지 생각이 닿지 말란 법이 없다. 2018년 등단한 박선우 소설가의 첫 장편인 <어둠 뚫기>는 직장과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삶의 돌부리들에 끝없이 걸려 넘어지면서도 ‘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찾아 나서는 여정이다.

책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햇빛 기다리기>(2022)에 수록된 단편 ‘겨울의 끝’을 장편으로 확장한 것으로, 인생의 부침과 애증 관계에 대한 에피소드의 깊이와 폭을 더했다. 화자인 ‘나’ 역시 자신의 고통과 치부를 감추거나 피하지 않고 역설적으로 더 깊이 파헤치는 모험을 감행한다. 이런 면에서 <어둠 뚫기>는 어둠을 뚫고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더 깊은 곳으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닐까.

작품은 제3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차미령 문학평론가는 “내가 근래 만나 소설 중 가장 절실하게 어둠과 맞서고자 한 소설이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박선우 지음/문학동네/256쪽/1만 68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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