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백중앙의료원(이하 백중앙의료원)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서울백병원 폐원 등 의료원 발전에 한계가 있는 서울 대신 부산에 의료 역량을 집중해 지역 의료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이하 인제학원)은 13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에서 ‘부산 이전 개소식’을 열고 백중앙의료원의 모든 기능과 인력을 부산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백중앙의료원은 부산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을 비롯해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경기도 고양시 일산백병원 등 백병원 4곳의 의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통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다. 각 병원의 의료·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하는 백중앙의료원은 이번 이전으로 인사관리팀은 물론 간호관리팀, 교육지원팀, 구매관리팀, 시설관리팀 등 의료원 운영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부산으로 옮겼다. 서울 대신 지역에 구심점을 마련하고 의료원의 모든 운영 기능을 부산에 집중해 지역 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백중앙의료원 소속 직원 20여 명이 부산으로 이미 터전을 옮겼으며, 향후 추가 인력 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인제학원은 백중앙의료원을 통해 그동안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 역량을 집중해 왔다. 4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2033년 개원을 목표로 하는 ‘동부산권 중증질환 전문센터’가 대표적이다. 해운대백병원 옆 부지에 700병상 규모로 들어설 예정인 센터는 암센터를 비롯해 희귀난치성 질환센터, 이식센터, 소아청소년센터, 권역 응급의료센터, 심뇌혈관질환센터 등 6개 필수의료센터로 구성된다. 센터가 완성되면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에 이어 해운대백병원이 전국 5위권 규모의 병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2023년엔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했다. 인근에 대형 종합병원이 잇따라 들어서고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20년간 누적 적자가 1745억 원 상당에 이르는 등 경쟁력 상실로 의료원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이에 백중앙의료원의 부산 이전은 재단의 의료 역량을 부산에 더욱 밀착해 제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백대욱 인제학원 이사장은 “백중앙의료원 이전은 지난해 11월 부산시와 체결한 동부산권 중증질환 전문 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의 실질적인 이행”이라며 “부산 지역 의료 수준 향상과 백병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