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야당의 무차별 탄핵 공세에 경종 울렸다

입력 : 2025-03-14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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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 29건 8건 줄기각 8전 8패
국정 공백·국가 손실 누가 책임지나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탄핵안은 지난해 12월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정사 최초로 감사원장을 탄핵심판정에 세운 사유는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하게 하고,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을 표적 감사를 했다는 것 등이다. 검사 3명에 대해서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이유를 달았다.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됐던 이들은 98일 만에야 직무에 복귀했다.

헌법은 탄핵심판 대상이 된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탄핵 사유로 규정한다. 즉, 파면할 정도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침해했을 경우에만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 물론 탄핵할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소추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가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29건에 이른다.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은 총 13건이다. 하지만 8건이 기각됐고 헌재에서 인용된 사례는 없다. 최 원장과 검사 3명을 비롯해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과 이정섭 검사에 대한 예전 판결 등 6건도 전원일치로 기각됐다.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젠 과도한 탄핵 공세가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현실화될 경우 30번째 발의로 기록된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줄탄핵’이라는 지적에 대해 “우리도 좋아서 했겠냐”며 “헌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것이다. 위헌 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추가 탄핵의 명분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줄탄핵에 대한 부정 여론이 이어지자 나름의 방어논리를 펴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물론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헌법이 부여한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도가 지나쳤다는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8전 8패라는 헌재 결정이 이를 말해준다.

우리 사회는 탄핵심판 때마다 혼란과 갈등에 시달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앞선 이번 헌재 결정을 두고도 여야는 또 날선 공방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남발 행태는 본질을 벗어난 이재명 ‘방탄·보복 탄핵’이자 ‘정치 탄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중요한 것은 윤석열 선고 기일을 신속히 잡아 파면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양분된 민심은 ‘심리적 내전’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차별적 탄핵소추가 국회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최후 수단으로 여겨지는 탄핵심판의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국정 공백 등 국가적 손실도 막대하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탄핵심판 제도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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