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래가 한사발 술이면 좋겠네/고달픈 이들의 가슴을 축이는 한사발 술이면 좋겠네/우리의 노래가 한그릇 밥이면 좋겠네/지친 이들의 힘을 돋구는 한 그릇 밥이면 좋겠네…’
백창우 시인의 시이자 노래로도 만든 ‘우리의 노래가…’ 중 일부 구절이다. 여기 시에선 노래라고 표현하지만, 문학 춤 연극 영화 등 각 분야 예술가를 만나면 판에서 계속 버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부산소설가협회가 45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 중구 중앙동에 사무실 겸 강의실을 마련하고 첫 사업으로 ‘소설 창작반’을 시작한다. 부산소설가협회 사무실에서 정영선 이사장을 비롯해 부산 소설가들을 만났다. AI가 대신 소설을 써 주기도 하고, 온라인 공간에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이 시대에 굳이 소설창작반에 참가하는 이유가 있을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머릿속에 ‘우리의 노래가…’라는 가사가 떠올랐다. 판이 주는 위로와 기쁨은 여기서도 통하는 것 같다.
정 이사장은 “우리 회원이 다른 단체가 진행하는 글쓰기 강좌의 대표 강사로 그동안 강의를 많이 했다. 이번에 사무실을 마련하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소설 창작반을 기획했다. 누구라도 글을 쓰며 자신에게 위로와 감정 해소를, 다른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90년대만 해도 소설 쓰는 법을 강의하는 소설학당은 부산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당시 영광도서가 진행했던 소설학당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오전, 오후로 분반해야 할 정도였다. 거기서 소설 기본 작법을 배운 이들 중 상당수가 등단했고, 실제로 부산소설가협회에도 십여 명이 넘는 회원이 소설학당 출신이기도 하다.
사실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꽤 많다. 하지만 소설 창작은 SNS글과 분명히 다른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현실에선 느낄 수 없는 감정과 경험을 할 수 있다. 표현한다는 건 인간의 기본 욕망이라는 말도 있다.
물론 소설을 쓰는 과정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어떻게 시작할지, 어떻게 흘러갈지, 캐릭터 기본 설정과 관계 등 실질적으로 쓰는 기술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부산소설가협회 소설창작반은 중견 작가와 신진 작가 회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효과적인 창작법을 안내할 예정이다. 부산 대표 소설가들이 전수하는 소설 쓰기 기술과 더불어 12번의 강좌에는 단편소설을 완독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준비했다. 짧아 보이는 단편 소설 하나에 얼마나 많은 보석이 숨어있는지 찾는 것 또한 부산소설가협회 소설창작반의 재미이다.
강사로 정영선 이사장을 비롯해, 황은덕 이병순 안지숙 오선영 정재운 임성용 정미형 서정아 김지현 임회숙 정인 작가가 참여한다. 4월 5일까지 수강생을 모집하며 기초반은 매주 목요일, 심화반은 매주 화요일 열린다. 12회 구성으로 수강료는 15만 원이다. 접수와 상담은 전화로 받는다. 010-9637-9898.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