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해사법원 도전장 부산 정치권 보고만 있을 건가

입력 : 2025-03-25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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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유치 경쟁' 탓 무산 재연 우려
지역 여야 합심, 본회의 통과 전략 세워야

지난달 21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해사법원 설치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부산이 최적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위한 해사 모의재판’이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달 21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해사법원 설치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부산이 최적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위한 해사 모의재판’이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인천에 지역구를 둔 윤상현 국회의원이 21일 해사법원을 신설해 인천에 두는 법안을 발의해 경쟁 구도가 재연됐다. 부산은 2011년부터 지역 각계 단체가 힘을 모아 해사법원 유치 운동을 펼쳐 왔고 해양수도를 자부하고 있어 해사전문법원의 최적지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부산은 21대 국회에서 서울·인천·세종의 경쟁 구도에 휘말려 분루를 삼킨 바 있는데 22대에 들어 다시 인천의 도전을 허용한 것이다. 지난해 인천이 고등법원을 유치했기에 지역 안배 차원에서 해사법원이 부산 몫이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손을 놓은 결과라면 지역 정치권은 무능,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부산 정치권의 분발이 필요하다.

윤 의원이 제출한 해사법원 설치안은 본원을 인천에 두고, 지원은 각각 부산·광주에 배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해사법원이 해양·선박·물류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관련 산업이 집적된 부산은 부동의 최적 입지다.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이자 7위 컨테이너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주요 해상 교역의 중심지이다. 해운·조선업도 집중돼 분쟁 빈도도 높다. 부산 각계에서 14년째 해사법원 유치 운동이 벌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해사법원이 없어 해외에서 소송을 진행하느라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가장 먼저 타파하자고 나선 것도 부산이었다.

해사법원이 해묵은 과제로 남은 것은 사법부의 미온적 태도와 정치 논리가 겹친 탓이다. 대법원은 10년 넘게 부산의 해사법원 설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지난해 긍정적으로 돌아서며 설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뒤늦게 서울·인천·세종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부산 여야가 제출한 법안이 공론에 부쳐지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인천의 재도전에 부산 정치권이 안일하게 대처해서 안 되는 이유는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정치 지형에 있다. 현재 인천 지역구는 2명만 국민의힘 소속인 반면, 부산은 1명만 야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정반대 구조다. 민주당 당론을 감안한 전략이 필요하다.

부산은 해양과 금융을 융합해 부산의 미래상인 글로벌 허브도시의 한 축으로 키운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밖에 해사법원이 수도권이 아닌 부산으로 와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널렸다. 하지만 21대 국회처럼 지역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면 또 공든 탑은 무너진다. 부산이 쏘아 올린 ‘해사법원 설치 운동’이 14년째 공전을 거듭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부산 정치권은 여야 한 팀으로 법안을 추진 중인 게 가장 큰 강점인데, 나아가 양당 지도부까지 설득해야 한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부산 정치권은 ‘집단 무기력’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부산시는 물론 시민단체, 해양·항만업계도 힘과 지혜를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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