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건 위헌이지만, 파면 사유는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리며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기각 의견을 낸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부분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관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법재판소를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했다고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기각 의견에 동참한 김복형 재판관은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해 ‘즉시 임명할 의무’가 있지 않아 위헌이나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꾸리려 하고, 윤 대통령 관련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조장하거나 방치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탄핵심판을 기각한 헌재는 이날 ‘12·3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 법조계는 비상계엄에 대한 직접적 판단이 없었던 만큼 이번 선고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향방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날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재판관은 “사건 기록에 의하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기각 의견을 냈다.
정계선 재판관은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냈다. 그는 한 총리가 이른바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제때 의뢰하지 않은 게 특검법·헌법·국가공무원법 등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고, 재판관 임명 거부와 함께 파면할 만한 잘못이므로 한 총리를 파면해야 한다는 인용 의견을 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의 의결 정족수가 대통령 기준인 200석이 돼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본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 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국회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 형사 재판, 탄핵소추 등에 넘겨진 고위 공직자 중 헌법재판소가 본안 판단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