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이음 정차역 유치 경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올해 말 국토교통부가 추가 정차역을 지정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고배를 마셔야 했던 부산 해운대구와 기장군 등은 타 지자체 등 ‘우군 모으기’ 전략으로 적극적인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2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KTX-이음 정차역 유치전을 펼쳤던 구·군은 올해 말 추가 정차역 지정을 기대하며 유치전을 이어간다. 올해 국토부는 신호 체제를 개편해 KTX-이음 열차 운영 시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투입 열차를 증편할 계획도 있다. 현재 KTX-이음 열차는 부산에서는 부전역에서만 정차한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KTX-이음 열차는 동부산권역을 거치는 첫 KTX 노선이다 보니 해운대구, 기장군, 동래구는 정차역 유치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해운대구다. 해운대구는 주거와 유동 인구가 가장 많다는 점 등을 들어 이용 수요가 많다고 강조한다. 최근 부산의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한 기장군은 오시리아 관광단지, 정관·일광 신도시 등에 몰리는 교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동래구는 전통의 ‘교통 요충지’임을 내세워 제도전에 나선다. 부산도시철도 1·3·4호선을 통해 부산 전역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지난해엔 이들 지자체가 아닌 울산 태화강역만 정차역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유치전이 각 지자체 홍보전이었다면, 올해 두 지자체는 ‘우군 모으기’ 전략으로 유치 당위성 확보에 나섰다.
해운대구는 부산진구와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 19일 해운대구를 방문한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김성수 해운대구청장과 ‘쌍방 지원’을 약속했다. 부산진구는 부산역에서 부전역까지 지하선로 연장을 추진 중이다. 부전역에서 경부선 KTX를 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구 차원에서 경부선 KTX 부전역 정차와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번 협력 약속으로 해운대구에서도 서명운동이 진행된다. 해운대구에서 추후 KTX-이음 정차역 유치를 위한 서명 운동이 진행될 땐 부산진구가 지원 사격에 나선다.
기장군은 민간 단체들과 ‘윈-윈’ 전략을 펼친다. 기장군은 인근 상인 등과 협력해 기장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식당, 카페, 상점 등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KTX-이음 정차역 결정 기준에 역사별 이용 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해 기장역 이용객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오는 31일 한국외식업중앙회 기장군지부와 협약식이 예정돼 있으며, 다음 달엔 기장군 소상공인 연합회와 협약을 계획 중이다. 다음 달 중 코레일 부산경남지역본부와 업무협약(MOU)를 맺어 기장군에 특화된 철도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철도 관광으로 성공을 거둔 동해안 도시들을 모델로 기장역 이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장역에서 시작하는 관광 코스와 할인 패키지를 안내할 기장역 안내데스크를 신설하는 안도 코레일과 협의 중이다.
과열 경쟁이 자칫 행정력 낭비와 소모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과도한 경쟁은 지양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라리 국토부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불필요한 소모전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