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자원 개발 잔혹사, 금양도 못 피했다

입력 : 2025-03-26 18:39:48 수정 : 2025-03-27 10: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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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광산 개발 계획 차질 빚어
주가 급락, 회사도 위기 몰려
상폐 위기 33곳 중 4곳 ‘좌절’

금양이 인수한 몽골 광산. 금양 홈페이지 캡처 금양이 인수한 몽골 광산. 금양 홈페이지 캡처

리튬 광산 개발과 함께 이차전지 산업의 선도주자로 주목받던 금양이 상장폐지 기로에 서자, 광산 개발의 부푼 꿈을 꿨다 무너진 상장사들의 ‘자원 개발 잔혹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전망처럼 막대한 수익으로 연결된다면 좋겠지만, 실제 수익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청사진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므로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장사 33곳 중 4곳은 리튬 개발을 추진했다 치명타를 입었다. 금양은 물론이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이아이디, 웰바이오텍이 의견 거절을 받았고, 코스닥의 테라사이언스도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앞서 금양은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튬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인 리튬 광산 개발을 하는 등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을 주도하는 초격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광물의 채굴, 정제, 수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루트를 확보하고 있다”며 몽골과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 광산 개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이차전지 제조업의 특성상 원재료비 비중이 높고 리튬 등 광물 자원의 가격 변동에 따라 원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광산 개발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실제 몽골 광산 인수 후 금양 주가는 5만 원대에서 19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금양은 지난해 10월 몽골 광산 매출 전망을 4024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610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대폭 정정했다. 한국거래소는 금양이 장래 사업·경영 계획을 거짓 또는 잘못 공시했다며 2억 원의 제재금과 벌점 10점을 부과했다. 1년 내 벌점 15점 이상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금양이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데에 광산 개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다른 상장사들도 줄줄이 광산 개발에 나섰다 낭패를 봤다. 리튬 수혜주로 불렸던 웰바이오텍도 2023년 짐바브웨에서 리튬 광산을 개발해 리튬 원광을 수입한다고 밝혀 주가가 한 달도 안 돼 2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그해 “리튬 원광 취득 거래와 관련된 거래 실질과 자금 흐름의 타당성 등을 판단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

테라사이언스도 2023년 신안 압해도 일원에 국내 첫 리튬 염호를 발견했고 리튬 개발에 진출하겠다고 해 주가가 급등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어 다음 해 의견 거절을 받았다. 지난달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아이디는 2023년 미국 네바다주 리튬 광산에 대한 허위 호재성 보도자료를 내 주가 급등을 부추기고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대표가 구속됐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자원 개발 열풍은 2010년대 들어 ‘거품’으로 밝혀지며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나섰다 2015년 상장폐지된 CNK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광산 개발 이슈는 끊이지 않는데, 결국 손실은 투자자들이 떠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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