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 사실에 적시된 모든 발언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유죄로 본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와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발언들이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후보자 행위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가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과 달리 4개월여 만에 무죄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을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날 “골프 발언을 ‘김 처장(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간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안 쳤다’고 해석할 수 없고 허위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2015년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고, 원본 중 일부를 떼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에 따라 이뤄졌다’는 발언도 1심과 달리 허위 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에 허위 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다각도로 압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발언은 당시 상당한 압박감을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았다’ 등의 발언은 1심과 다르지 않게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장 재직 때 하위 직원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은 교유 행위를 부인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도지사가 된 다음 김문기를 알았다는 발언도 허위 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 등의 발언을 하고,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지역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이 대표가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에서 무죄나 100만 원 미만 별금형이 확정되면 대선 출마 등에 제약이 없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5개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상태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와 대법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지난 25일에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공판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총 8개 사건에 대한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