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삼킨 화마에… 지역축제 잇단 취소·연기

입력 : 2025-03-26 1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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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화합 명소인 경남 하동 화개장터∼쌍계사를 잇는 십리벚꽃길. 부산일보DB 영호남 화합 명소인 경남 하동 화개장터∼쌍계사를 잇는 십리벚꽃길. 부산일보DB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대형 산불에 경남 일대 봄맞이 축제도 비상이다.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 웃고, 즐기는 이벤트는 국민적 반감을 부추길 수 있어 행사를 아예 취소하거나 축소·연기하며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경남 내 산불 최대 피해지인 산청군은 내달 11일부터 20일까지 생초국제조각공원에서 열기로 했던 산청꽃잔디축제와 비슷한 시기 동의보감촌 산청농특산물대제전을 모두 취소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데다 불이 꺼지더라도 피해 조사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이 곳에서 산불을 진화하다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들에 대한 추모를 위해서라도 축제를 개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청군에 파견갔던 진화대 4명이 숨진 창녕군도 침통한 분위기다. 28일 개막하려던 ‘부곡온천축제’부터 내달 25~27일로 연기한 상태다. 이번 참사 여파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전국 소 힘겨루기 대회’도 무기한 연기했다.

진주시는 오는 29~30일로 잡았던 공군교육사령부 벚꽃여행길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또 28일 백리벚꽃길 딸기 축제는 잠정 연기했다.

흐드러진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통영의 대표 봄꽃 축제 ‘봉숫골 꽃나들이’는 애초 이번 주말에서 다음 주 주말로 일정을 늦췄다. 봉숫골벚꽃축제위원회 박철규 위원장은 “원활한 축제 진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면서 “일주일 뒤 더 많은 방문객이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사천 선진리성 벚꽃축제도 일정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하동군 역시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대폭 축소했다. 축제를 개최할 여력이 없어 올해는 일단 개회식만 열고 다른 프로그램은 모두 취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산청군에서 비화한 산불이 하동군 옥종면 정개산으로까지 번지면서 축제를 개최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산불이 잡히지 않으면 개회식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불을 피해간 창녕 낙동강 유채축제, 김해 가야문화축제, 밀양 문화유산야행, 합천·산청 황매산철쭉제 등은 아직 일정에 여유가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창원 진해군항제와 양산 물금벚꽃축제, 함양 백운산 벚꽃축제는 계획한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기로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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