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최고 황금어장에 풍력단지라니…뿔난 경남 어민 “즉각 중단” 촉구

입력 : 2025-03-26 19: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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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욕지좌사리 해상풍력 공청회
어민 50여 명 규탄 성명 “끝까지 투쟁”

26일 통영스탠포드호텔 연회장에 열린 욕지 좌사리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 참석한 경남 지역 어민들이 공청회 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대책위 제공 26일 통영스탠포드호텔 연회장에 열린 욕지 좌사리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 참석한 경남 지역 어민들이 공청회 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대책위 제공

“현대건설은 환경을 파괴하고, 어업인의 목을 조르는 해상풍력 건설을 즉시 중단하라!”

26일 오후 1시 40분께 통영스탠포드호텔 연회장. 현대건설이 추진하는 욕지 좌사리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시작 20분 전, 붉은색 머리띠를 두른 무리 등장에 장내가 술렁인다.

결연한 표정의 일행들 손엔 ‘해상풍력 건설하다 천혜 보고 파괴된다’, ‘어민 젖줄 욕지해역 해상풍력 물러가라’ 등 분노에 찬 문구의 팻말이 들렸다.

대표로 나선 박태곤 통영어업피해대책위원장은 “우리 어민들은 삶의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기후 위기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한 해상풍력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입지다. 현대건설을 포함해 현재 욕지도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4건. 총 계획면적 150㎢,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 2만 2000여 개를 합친 규모다.

이중 현대건설은 욕지도 동쪽 해상(좌사리도 일원) 47㎢에 8MW급 발전기 28기를 꽂겠다며 2021년 허가를 득했다.

하지만 욕지도 해역은 경남 어민들에게 마지막 남은 황금어장이다.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이자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조업 밀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2021년 12월 고시된 ‘경남해양공간 관리계획’에선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런 곳에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소음과 진동, 전자파 영향으로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어장도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어민들 판단이다.

설상가상 가뜩이나 비좁은 조업 구역 역시 더 줄어들 공산도 크다.

해상풍력 사업자는 단지 건설과 가동 기간 내내 대상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데, 안전을 핑계로 단지 내부는 물론, 외부 반경 500m까지 선박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통영 욕지도 주변 조업 선단 현황. 부산일보DB 통영 욕지도 주변 조업 선단 현황. 부산일보DB

박 위원장은 “욕지 앞바다는 어민들이 대를 이어 지켜온 삶의 터전 이자 미래 세대에 남겨줘야 할 문전옥답”라며 “이런 곳을 오로지 본인들 이익에만 눈이 멀어 독점하려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생존권 사수와 자손대대 물려줄 황금어장을 지켜내기 위해 생업을 내려놓고 이 자리에 섰다”며 “현대건설의 야욕을 막아낼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위원장 규탄 성명서 낭독 후, 장동주 사무국장 선창에 맞춰 구호를 외친 일행은 “현대건설은 환경을 파괴하고 어민 목을 조르는 해상풍력 건설을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환경부 향해 “지역갈등과 환경 분쟁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중점평가사업으로 즉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점평가사업이 되면 환경영향평가 시 환경은 물론 각종 자원과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갈등조정협의회’나 ‘전문가 합동현지조사’ 등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협의 절차 과정에 어민들이 이해당사자로 참여해 업계 권익 보호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도 “헌법이 규정한 수산업 보호·육성 의무를 더 이상 방기하지 말고 해상풍력으로 인해 무너진 해역 질서를 단호히 바로잡고 수산업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호소했다.

26일 통영스탠포드호텔 연회장에 열린 욕지 좌사리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대책위 제공 26일 통영스탠포드호텔 연회장에 열린 욕지 좌사리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대책위 제공

이후 열린 공청회는 별다른 마찰이나 소란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 됐다.

이 자리에서 어민 측은 지역 수산업계의 지속적이고 강한 반대에서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를 따지며 입지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현대건설 측은 “통항과 군작전성, 비용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했다”면서도 “어업 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했던 점은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입지 변경은 재시작이나 다름없다”며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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