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속도가 경쟁력이 된 시대, 수도권에 이어 부산이 물류 인프라 확장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새벽 배송·당일 배송·일요 배송 등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업체들이 영남권 물류 거점으로 부산을 선택하고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 BGF리테일, 쿠팡의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은 부산 신항만과 인접한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다. 항만·철도·항공이 만나는 트라이포트 중심 지역으로 전국 최고의 물류 교통망을 자랑한다. 각 업체는 영남권 배송 거점 역할에 더해 수출 전진기지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국제산업물류도시 4만여㎡ 부지에 온라인 식료품(그로서리)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롯데쇼핑의 국내 1호 고객풀필먼트센터(CFC)다. 영국 리테일기업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다. 투자 금액은 약 2000억 원으로, 2026년 상반기 가동 목표다.
부산과 창원 김해 등 230만 세대 이상을 배후로 하고 있어 해당 지역 주민에게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류센터 운영 인력과 배송 인력 등 20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할 예정이다.
부산에 들어서는 롯데쇼핑 CFC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효율적 배송·배차가 가능하다. 기존 온라인 물류센터보다 상품 구색을 배가량 많은 4만 5000여 종으로 늘렸고, 배송도 하루 3만 건 이상 처리할 예정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마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로컬 소싱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신선식품을 최상의 품질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도 부산에 들어선다.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국제산업물류도시의 4만 7000㎡ 부지에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물류센터를 건설 중이다.
기존 BGF리테일 중앙물류센터보다 배가량 큰 규모다. BGF리테일은 이번 물류센터 건립에 역대 최대 금액인 약 2200억 원을 투자했다. 물류센터 가동 시 8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BGF리테일의 부산 물류센터는 상온·저온 물류 시설로 설계돼 상품 입고에서 출고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상품 보충·분류 작업에도 다양한 첨단기술을 도입해 물류 작업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다. 영남권역의 배송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 등 해외 진출 국가로 상품을 운송하는 수출 전진기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빠른 배송의 선두 주자인 쿠팡도 부산에 풀필먼트센터를 착공했다. 쿠팡은 내년까지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전국을 ‘쿠세권’(로켓 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부산 물류센터는 5만 70000㎡ 규모로 건설 중이며, 가동 시기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쿠팡 부산 물류센터는 수출입에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해외 진출 시 중요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 효과도 예상된다.
한편, 기장군에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던 신세계그룹 SSG닷컴은 최근 물류 전략을 변경했다. SSG닷컴은 쓱배송과 새벽 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와 차량을 활용해 2월부터 부산, 대구 새벽 배송에 들어갔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