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대 0 전원일치… 파면해야 할 이유 차고 넘쳤다 [윤 대통령 파면]

입력 : 2025-04-04 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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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문 요지

국회 탄핵소추 사유 모두 인정
계엄 선포 자체가 부당·위법해
국회·선관위·사법 독립성 침해
국가긴급권 남용해 국민에 충격
파면으로 얻는 이익이 압도적

헌법재판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탄핵소추 근거로 삼은 5개 주요 사유를 모두 인정했다. 헌법재판관 8명은 4일 대심판정 선고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 행위에 중대한 위헌과 위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22분께 시계를 힐끔 확인한 뒤 정면을 바라보며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했다.

문 대행은 이날 오전 11시께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다”며 국회 탄핵소추안이 적법하다는 설명부터 시작했다. 헌재는 “계엄 선포가 사법 심사 대상이 된다”고 했고, 법사위 조사가 없어도 국회 재량인 부분이라 “탄핵소추안 의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회가 탄핵심판청구 후 내란죄를 제외한 부분도 “소추 사유의 철회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탄핵심판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명시한 헌재는 윤 대통령이 5개 주요 쟁점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12·3 계엄 선포’ 자체가 부당할 뿐 아니라 절차도 법적 위반이 있었다고 했다. 문 대행은 ‘국회 탄핵소추안 22건 발의’가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국회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 권한 행사가 중대한 위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며 “국회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해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법률안 재의 요구 등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어 국가긴급권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의혹만으로 계엄을 실행할 수 없고, ‘경고성 계엄’도 법에 따른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 대행은 “계엄사령관 등에게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절차적 문제도 명시했다.

헌재는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이 부당한 이유도 설명했다. 문 대행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해 국회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며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 심의·표결권과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했고, 헌법에 따른 국군 통수 의무를 위반한 점도 강조했다. 문 대행은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해 국가 안전 보장과 국토 방위를 사명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발령한 ‘포고령’ 역시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포고령을 통해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금지했다”며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하고, 정당 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 원칙 등을 위반했다. 또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중앙선관위 압수·수색’은 선관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문 대행은 “병력을 동원해 중앙선관위 당직자들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 시스템을 촬영했다”며 “영장주의를 위반하고, 선관위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 역시 사법권 독립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행은 “체포를 목적으로 행해진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했는데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도 포함됐다”며 “현직 법관들이 언제든지 행정부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러한 사유들로 윤 전 대통령이 법을 위반한 행위가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법치·민주 국가 원리의 기본 원칙들을 위반했고, 헌법 질서를 침해해 민주공화정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언급했다. 문 대행은 “계엄을 선포한 후 군경을 투입시켜 국회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해 국민 주권주의와 민주주의를 부정했다”며 “병력을 투입해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는 등 헌법이 정한 통치 구조를 무시했고, 포고령을 발령해 국민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건 정치적으로 존중해야 하지만,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할 정치의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행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며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 판단한 헌재는 결국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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