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무회의에서 조기 대선 선거일이 6월 3일로 예고되면서 여야 잠룡들의 출마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시작으로 출사표가 경쟁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도 대거 대권에 도전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곧 대선 참여를 공식화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광역단체장들의 출사표가 이어지면서 박형준 부산시장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보수 진영 안팎에서 출마 요구가 잇따른다. 무엇보다 지역에서는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균형발전을 이뤄낼 적임자라는 점에서 박 시장 출마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 시장의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여론 지형과는 무관하게 보수 진영의 요구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내 여느 인사보다 입법·행정·지방자치 경험을 두루 갖춘 데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 대통합도 이끌어냈다. 여권 일부 대권주자들과 달리 ‘명태균 게이트’ 등으로 낙마할 우려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는 반대하는 등 합리적 보수를 대표해 본선 지지율 확장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명령〉이란 저서에서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을 해결할 혁신의 시급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는 망국적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파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서울과 부산의 두 바퀴로 국가 성장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균형발전 전략이 추진됐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 등에 가로막혀 결정적 고비마다 좌초됐다. 부산의 목소리는 수도권 중심주의에 파묻혀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과 KDB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통과는 수도권 텃세와 야권의 외면으로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가덕신공항 개항과 북항 재개발, 경부선 지하화 등 굵직한 현안도 차질 없이 처리되어야 한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부산의 리더십이 중앙의 리더십이 되는 것이다. 박 시장의 선택이 부산의 운명과 같이 가는 이유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다. 그동안 한국 정치사에 획을 그은 큰 인물을 대거 배출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지역 보수 진영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 부산은 존재감마저 약해진 느낌이다. 청년들은 구직을 위해 서울로 떠나고 부산엔 노인만 남았다는 수도권의 비아냥을 견뎌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부산의 추락과 함께 그동안 부산의 리더십도 전국적 존재감이 없었다. 물론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광역자치단체 사정도 다르지 않지만 제2 도시 부산의 존재감 상실은 더 뼈아팠다. 박 시장은 이번 조기 대선에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기치로 내걸어야 한다. 그것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